어지럽고 혼란스런 시 한 편을
부끄럽게 써 놓고
시보다 좋은 제목을 찾다가
기어이 적는 말
꿈속에서도 적은 글이라고
꿈인지 모를 이야기에
심장을 덮어오는
깊은 한탄 같은 글
참 어둡고 깊은 꿈이었구나
한 잠 더 자고도
마음먹은 대로
적을 수 있는 제목인지
다시 눕는다
눕기도 부끄러운 방
이미 해가 밝게 스몄다
◇정소란= 경남 통영 출생
‘조선문학’으로 등단
통영문협 사무국장(현) 등
<해설> 그렇다, 화자가 쓰고자 했던 것은 절대 가볍지 않는‘사랑’이다. 시어 속에는 사랑이라는 말 한마디도 없다. 시를 대충 읽어봐도 그렇다. 그럼에도 결코 가볍지 않다. 시어들이 일상적인 듯하면서도 가벼운 시가 아닌 것은 심상의 시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랑의 시는 범람한다. 그러나 센티멘털리즘의 범주를 벗어나는 시는 지극히 드물다. 시는 이처럼 심상에서 건져 올리는 시가 좋은 시다. 물론 이미지즘의 유로 또한 이와 같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