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불만 말고 외국으로 가라’는 靑 보좌관
‘헬조선 불만 말고 외국으로 가라’는 靑 보좌관
  • 승인 2019.01.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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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취직이 안 된다고 불평하지 말고 동남아시아로 가라’고 말한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4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상에서도 구직난이나 대량실업으로 가뜩이나 힘겨워 하고 있는 국민에게 고용참사의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이 청와대 경제보좌관 자리에 앉아 있으니 어떻게 고용문제가 개선될 수 있느냐는 비판도 이어진다.

김 보좌관의 이 발언은 28일 삼성전자, 롯데, CJ그룹 등 대기업 고위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CEO 조찬 강연’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젊은이들에게는 ‘헬조선 이러지 말고’, ‘50대, 60대도 일찍 퇴직했다고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동남아시아로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자영업자들에게는 ‘왜 아세안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만 경쟁하려 하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감독을 예로 들기도 했다고 한다.

국민이 듣기에도 이 발언이 과연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자유한국당은 ‘무책임하고 뻔뻔한 내용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김 보좌관을 향해 ‘함량 미달의 경제보좌관, 눈에 뵈는 게 없는 정부’라 비난했다. 평소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무책임한 주장’, ‘당혹스럽고 황당하기 그지없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인의 해외 진출 자체는 바람직한 일로서 반대할 국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이나 50, 60대 실직자들이 외국으로 나가서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김 보좌관이 박항서 감독의 성공 사례를 예로 들었지만 외국에서 그렇게 성공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장년 실직자들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자영업을 시작하겠는가. 청와대 최고위 정책 책임자가 책임감은 없이 일자리 없는 국민을 나무라고 있다.

지금의 일자리 부족 원인은 정부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 노동정책이 저임금 근로자들을 대량 실직으로 몰아넣었다는 것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소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가져온 역설적인 경제 현실이다. 그런데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무직자를 외국으로 가라고 한 말은 배고프다는 선원들에게 바다로 뛰어내리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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