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지방자치 인식
대통령의 지방자치 인식
  • 승인 2019.01.3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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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지만 보좌하는 모든 직원들은 참모, 말하자면 비서다. 참모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정책을 돕는다. 국가정책은 국무총리, 행정각부가 집행한다. 교과서적인 말이다.

청와대의 참모가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넘어 행정부를 지휘 하는듯한 모습을 볼 때가 더러 있다. 그래서 청와대 정부라는 말도 나온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권력이 분산돼야 삼권분립이다. 역시 교과서적인 말이다.

군사시절 빼고 지금처럼 청와대의 권력이 막강할 때가 없었다. 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 특히 여당은 무조건 청와대를 싸고돈다. 대통령은 뭐든지 할 수 있는 권력자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잘 웃어 좋지만 웃음의 진실이 잘 파악되지 않을 때가 있다. 순하면서도 강한 퍼스낼리티를 가졌다. 대통령에게 저녁 삶을 줘야 한다는 국무총리의 충성어린 말을 듣노라면 정말 대통령이 일을 많이 한다는 생각도 든다.

1월 중순 민주당 소속 부산 북구 구청장이 “기초연금이 인상되면서 구가 부담해야 할 기초연금분담액도 함께 늘어나게 돼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대통령이 그와 13분간 통화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고민해 보자”고 하는 말에 정명희 구청장은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나려고 했다’는 메시지를 내부통신망을 통해 전 직원에게 보냈다고 한다. 구청 살림이 얼마나 힘들어서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정치적인 센스가 있는 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한낱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전화를 걸어 응대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지만 역시 정치적 제스처 냄새가 난다.

필자더러 왜 그렇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느냐고 말할지도 모르나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의 실정을 너무 몰라서 하는 말이다. 부산 북구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피폐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사회복지부담이 높으면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단체가 전국에서 부산 북구, 광주 북구·서구, 대구 달서구 네 곳이 있다면서 이 네 곳만이라도 우선적으로 기초연금법시행령을 개정하거나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국가의 기초연금부담을 좀 늘리자는 말을 했다. 대통령의 즉흥적인 시혜행정을 보는 것 같고 여기서도 포퓰리즘이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상 대부분의 기초단체는 정부의 사회복지정책 확대로 자체부담액이 늘어남으로써 재정이 취약하여 아무 사업도 하지 못한다.

2016년 기준, 기초단체의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곳은 72.9%, 가장 낮은 곳은 10.6%이다. 기초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30.0%인데 226개 기초단체 중 145개가 평균이하 수준이다. 기초단체의 세입은 23.0%이고 보조금 등 이전수입은 60%에 이르고 있다. 이전재원의 비중이 크므로 합리적 재원배분이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구청장은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호소하려 했으나 법 개정까지 시간이 너무 걸릴 것으로 판단돼 그랬다는 것인데 기초단체의 행정책임자가 행정절차를 무시한 것은 가히 칭찬할 일이 못된다. 많은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재정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그도 잘 알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행정 관련법도 필요 없게 된다. 대통령도 그렇다. 한 구청장의 말을 듣고 사회복지비 지수가 55% 이상이면서 재정자주도는 35%미만인 기초자치단체가 전국적으로 4곳이라면서 4곳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시행령을 개정하여 보조금을 늘려주자고 한 것은 많은 기초단체장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온정주의 행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복지확대는 지방을 어렵게 만든다. 지방자치단체가 복지확대를 달갑지 않게 여긴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합리적인 정책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최선의 방안은 사회복지 소요재정을 정부가 전액 담당하든지 지방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일률적인 복지대책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기초연금을 예로 들면 노인비율이 많은 곳은 지자체 부담률이 적고 젊은 층이 많은 지역은 그 반대다. 인구이동 등 변화에 따라 지자체 부담이 달라지는 것은 형평적 행정이 아니다. 즉흥적 행정, 눈치행정은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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