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어천가 제II장 -뿌리-
용비어천가 제II장 -뿌리-
  • 승인 2019.01.30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다형

저 질긴 뿌리는 우물 한 모금 물고 잠이 들었으리

첨벙, 차르락 두레박 내리는 소리

먼 변방까지 삐걱이는 물지게 소리

세상을 져 나른 뿌리의 가파른 소리

우물은 바닥의 바닥까지 젖꼭지를 물린 채

소리의 물결이 꿈결을 짚어오리

나무뿌리로부터 우듬지까지 이어 달리리

물방울이 종을 울리는 나무가 품은 집 한 채

범종 소리 아득한 산방에서 오래오래 소용돌이치리

더 깊고 맑아져야 만나는 뿌리의 경전

출렁, 햇살이 양동이 내려놓을 때

한 발 더 깊게 흙 속으로 내려서리

◇전다형= 경남 의령 출생.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석사졸업, 동대학원 박사과정수료.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제12회 부산작가상 수상, 현재 평생교육원과 도서관, 문화센터 등 ‘치유적 시 창작’ 강의. 시집으로 ‘수선집 근처’(푸른사상사)가 있음.

<해설> 용비어천가 제 2장에서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친다.’고 노래했다. 그 나무는 열매가 풍성하고, 그 샘물은 흘러 바다에 이른다고도 했다. 나무뿌리와 샘물의 역학관계를 통해 인간사의 깊은 은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인들의 훌륭한 시구다. 인생살이의 근본이 그렇다. 샘물은 더 깊어야 맑아지고, 나무뿌리는 한 발 더 깊게 흙 속으로 내려서야 샘물을 만나게 된다. 그래야만 나무뿌리로부터 우듬지까지 물결이 종을 울리듯, 든든한 근본 위에 쌓아올린 삶의 역정에 영광도 아름답게 꽃을 피우지 않겠는가. -서태수(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