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질긴 뿌리는 우물 한 모금 물고 잠이 들었으리
첨벙, 차르락 두레박 내리는 소리
먼 변방까지 삐걱이는 물지게 소리
세상을 져 나른 뿌리의 가파른 소리
우물은 바닥의 바닥까지 젖꼭지를 물린 채
소리의 물결이 꿈결을 짚어오리
나무뿌리로부터 우듬지까지 이어 달리리
물방울이 종을 울리는 나무가 품은 집 한 채
범종 소리 아득한 산방에서 오래오래 소용돌이치리
더 깊고 맑아져야 만나는 뿌리의 경전
출렁, 햇살이 양동이 내려놓을 때
한 발 더 깊게 흙 속으로 내려서리
◇전다형= 경남 의령 출생.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석사졸업, 동대학원 박사과정수료.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제12회 부산작가상 수상, 현재 평생교육원과 도서관, 문화센터 등 ‘치유적 시 창작’ 강의. 시집으로 ‘수선집 근처’(푸른사상사)가 있음.
<해설> 용비어천가 제 2장에서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친다.’고 노래했다. 그 나무는 열매가 풍성하고, 그 샘물은 흘러 바다에 이른다고도 했다. 나무뿌리와 샘물의 역학관계를 통해 인간사의 깊은 은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인들의 훌륭한 시구다. 인생살이의 근본이 그렇다. 샘물은 더 깊어야 맑아지고, 나무뿌리는 한 발 더 깊게 흙 속으로 내려서야 샘물을 만나게 된다. 그래야만 나무뿌리로부터 우듬지까지 물결이 종을 울리듯, 든든한 근본 위에 쌓아올린 삶의 역정에 영광도 아름답게 꽃을 피우지 않겠는가. -서태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