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하고 탓하고 헐뜯고…‘정치논리’에 매몰된 사람들
비난하고 탓하고 헐뜯고…‘정치논리’에 매몰된 사람들
  • 이대영
  • 승인 2019.01.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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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깊이 파고든 정치논리
모든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
대구공항 이전 등 국책사업도
경제적 타당성 마련은 뒷전
정치권 실세의 결단만 바라봐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유라시아대륙철도 연결하는
대구 ‘보습경제론’ 주장해야
이대영소장그림-지도
이대영 소장이 그린 ‘유라시아대륙 밭갈이용 쟁기와 대구보습’.

 

이대영의 신 대구 택리지 (5) 미래논리가 없다

대구의 옹고집 정서는 정치논리와 닿아있다. 대구 경상감영은 1601년부터 1896년 13도제 개편까지 대구에 머물고 있었기에 영남 지역정치와 행정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얼마나 정치철학이 지역사회에 파고들었는지 아직까지 지명과 역명에 대명(大明)과 명덕(明德)이란 위정용서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동양 제왕서(帝王書)라고 했던 대학(大學衍義)에서 “배움을 정치에 펼치는 길(大學之道)은 지도자가 공명정대하게 어진 덕행을 밝히는 데(在明明德) 있고, 지극히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데 있다(止於至善)”라는 구절에서 대명(大明)과 명덕(明德)이란 용어가 나왔다. 지역정치계와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주민에게까지 정치논리(political logics)가 지역사회의 모든 문제를 푸는 핵심열쇠가 되고 있다. 외지인들은 “대구란 고집불통의 자물쇠는 정치논리가 마스터키(master key)다”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대구사회에서 통용되는 정치논리(political logics)는 지역정서인 감영문화, 보수성 및 배타성에 기반을 두고 있어 합리성, 민주성 및 시대적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상대방에 대한 설득논리도, 사업에 대한 타당성도, 반대에 대한 대응논리도 같은 정치논리로 해결하려고 든다. 대구정치논리에는 몇 가지 기교가 통한다. 정치적 실세를 이용해 i) 살짝 끼워 넣기, ii)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걸치기, iii) 남모르게 한 주먹 집어주기, iv) 돈 잔치에 한 몫 챙겨주기 등이다. 가장 익숙하게 많은 들었던 말이 바로 ‘대통령 선물 보따리’이고 ‘예산폭탄’이다.

따라서 정치논리에 익숙한 대구의 지역정치계나 공직사회는 국책사업의 타당성을 애써 마련하려 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예비타당성 심사면제를 선호한다. 지역당면 현안사업으로 2016년 7월26일 ‘대구공항통합이전’이란 대통령의 선물보따리를 내려 보냈으나 정치적 논리에만 아직도 매달리고 있다.

가장 먼저 검토하는 법규적 타당성(legal feasibility)에 대해 국내외 법령, 국제항공규정, 항공운행 프로토콜 및 외자도입 관련국내외 법령 등에 대해 검토를 마쳤다는 소식은 아직도 듣지 못했다. 경제적 타당성, 운용(영)적 타당성, 스케줄 타당성(schedule feasibility), 기술적 타당성, 마케팅 타당성 등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정치적 결단만 쳐다보고 있다. 2012년 이해봉 전 대구시장의 회고록 ‘바보 같은인생’에서 “성서 국가산업단지 유치를 위해 정치논리로 해결하려고 했다가 부산의 반대로 늦어지기만 했다. 경북도는 쥐도 새도 모르게 구미산업단지에 제2단지, 제3단지를 유치했다”고 정치논리 역효과를 실토했다.

◇‘보이는 주먹(visible fist)’이 지역경제를 주무른다?

정치논리는 지역정치와 행정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역경제에서도 정치적 실세(power game)에 의해 지역사회에 떨어지는 예산폭탄 혹은 선물보따리만을 바라봤다. 호남정권 시절에도 밀라노프로젝트 때처럼 ‘달래기 위해 한 주먹 집어주는 것’에 입맛이 들여 있었다.

이런 현상을 ‘국부론(國富論’을 저술한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가 봤다면 “대구지역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서 움직이지 않고, 보이는 주먹(visible fist)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진단했을 것이다. 이제는 권력실세가 한 주먹 집어주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과거 일제의 병참기지산업이 조국근대화산업의 밑거름이 되었고, 제3위 도시로 축복을 받은 것으로 보였으나 지금 타 지역과 비교해 보면 사양산업만 더 많이 남았다. 예산폭탄이나 선물 보따리가 축복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인심만 상하게 한다.

경제는 철저한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현재 지구촌의 경제는 강대국의 보호주의(보복관세)와 글로벌 기업(global enterprise)의 탄생으로 새로운 약육강식의 질서가 생겨나고 있다. 자생력이 없는 지구촌의 어떤 기업도 생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는 지구촌에 대구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산업과 경제적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 고유정신문화, 자연환경과 기존뿌리산업, 지역인재활용, 제4차 산업의 새로운 물결 등을 기반으로 대구만의 경제논리(모델)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여론과 집단지성을 활용해서 미래먹거리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경제논리를 마련해야 한다.

◇익숙한 ‘비난논리(blam logic)’에서 벗어나 미래논리로

대구지역에 팽배한 비난논리는 i) 남의 말을 좋게 하지 않고, 탓(blame) 하는 습관이 배어있다. ii) 지역정치 엘리트는 “~이라면 ~강물에 빠져 죽겠다”는 헛말(lie)을 하거나 언행일치는 바보들의 행진으로 알고 있다. iii) 남의 말을 잘라 말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anti-opposite). 그래서 못 먹어도 고다. iv) 실패에 대한 원인분석도, 상대방 설득논리도 없다. 적당한 이유로 얼버무림(misrepresent)으로 일관한다.

아놀드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1975)는 ‘역사의 연구(Study of History)’에서 망하고 있는 증후군으로 ‘비난논리(logic of BLAM)’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일반현상으로는 ‘잘해서 점수를 따기보다 상대방이 워낙 못해서 반사적 이익을 얻는다’는 논리가 지역여론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남북평화 분위기를 활용해서 선두주자(early mover)로 나서고자 강원도에선 양양 국제공항 활성화, 강원도-충청도-호남의 강호경제권을 주장해 강호고속도로를 제안했다. 타 지역에서도 분주하게 첫 주자(first mover)가 되고자 고민과 행동을 하고 있다. 대구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달빛내륙철도와 달빛경제론을 반복하고 있다. 흘러간 유행가를 듣는 기분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은 ‘명나라를 칠 테니 조선은 길만 빌려줘라(征明假道)’를 전쟁명분으로 설득을 했고, 일제의 대륙침략전쟁의 대의명분은 ‘대동아시아의 공동번영(大東亞共榮)’을 위해서 일본이 대륙개척에 나선다는 명분이었다. 동양정치 경전인 논어(論語)에 따르면 ‘정치는 대의명분을 바르게 하는 것(政者正也)’즉 정명사상(正名思想)이었다. 시골 촌로들이 하시던 말씀이 “귀신은 경문에 막히고, 사람은 경우에 막힌다”는 말이다. 여기서 촌로의 경우란 오늘날 용어로는 설득논리다.

◇유라시아대륙 밭갈이용 쟁기와 대구보습

이제부터라도 대구는 사업의 개발논리, 상대방 설득논리, 반대논리에 대응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1991년 미국의 조지 부시(George Walker Bush, 1946년생) 대통령은 냉전종식을 위해서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 1931년생)에게 결단을 요구할 때 꺼낸 논리가 “칼을 두들겨 보습을 만들자(Beat their swords into plowshares)”였다. 그 말은 BC 750년 전 유다(Yuda)와 아시리아(Assisia) 평화협정의 슬로건이었다.

이 논리를 활용한다면, 달빛내륙철도(대구-목포)를 포항-경주-대구-전남-목포-마산-부산-울산을 묶어서 보습모양(plowshares form)으로 하고, 이름을 유라시아보습철도(Eurasia plowshares railway)라고 호칭하자. 유라시아대륙철도와 연결되는 국내외의 철길을 쟁기밧줄로 비유해서 유라시아대륙을 밭갈이하는 대구의 보습경제론(Daegu’s Plowshares Economics)을 주장해야 한다. 동시에 한반도평화와 유라시아철도시대를 맞아 지역주민의 여론과 아이디어를 결집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른 미래개발논리를 개발해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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