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우리에게 주는 것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우리에게 주는 것
  • 승인 2019.01.3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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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교육대학교 대학원 아동문학 전공 강사
스토리텔링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감동주는 삶을 산 이들의 흔적은 애잔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마음에 감동으로 머물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그들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얼마 전 일본 오키나와 여행 때는 오키나와 토카시키섬에 머물렀던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내가 만난 아이들’ 책 속 흔적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 섬에 가도 별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아 허무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영화화한 ‘보헤미안 랩소디’ 를 보면서도 열정적으로 음악과 함께 살다간 그의 흔적을 쫓아보고 싶었다.

마침 아프리카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젊은 친구가 있어 머큐리가 어릴 때 살았던 탄자니아 잔지바마르섬에 가서 머큐리 흔적을 찾아보고 오라고 부탁했다. 친구는 머큐리의 어린 시절 살던 집을 찾아갔지만 그곳이 숙소로 변해있어 그 집 창문에 붙은 머큐리 사진을 배경으로 사진만 한 장 찍어 왔다. 그리고 머큐리가 청년시절에 스쳐갔다는 머큐리 카페에서 머큐리 사진들과 “Mercury‘s라고 새긴 셔츠를 입고 일하는 직원들의 등판을 사진에 담아왔는데 그마저도 고마웠다. 그 등판 글씨 사진속으로 들어가 머큐리와 같이 ‘우리는 우승자(We are the champions)’노래를 흥얼거렸다. 그곳에 머큐리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설과 생애의 활동들을 만날 수 있는 유품들이 전시된 머큐리 기념관이 있다면 그를 기리는 관광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가 되었을 텐데… .

그는 1945년에 태어나 1991년에 사망했지만 2001년과 2003에 조크롤과 송라이더스 명예의 전당에, 2004년에는 영국 음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그의 삶을 실화로 가져온 영화라고는 하지만 밴드 ‘퀸’의 헤체 이유를 머큐리의 변절로 각색한 부분이 못마땅하였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그의 매력은 음악에 빠져 창의성을 바투 쫓아 사는 열정이었다. 밴드 ‘퀸’에 자기를 받아달라고 했을 때 “너의 이빨이 노래 부르기에 불합격이야”하며 거절당하자 “난 앞니가 4개 더 많아서 입속 공간이 넓어. 그래서 높은 소리가 잘나”하며 그들이 청하지도 않는 노래를 불러 실력을 인정받는 일, “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 노래하는 부적응자들이에요”하는 밴드 소개도 남달랐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3분짜리 노래 틀을 깬 6분짜리 노래 작곡이었다. 노래라는 것은 3분을 넘으면 안 된다는 고정 관념으로 “공식이 예술이지. 공식대로 가자구. 방송국에서도 3분 넘는 노래는 틀어주지 않아”하는 사회에 영합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안의 영감을 따라 락과 아카펠라, 오페라를 섞어 6분짜리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를 작곡하여 발표하는 신념과 창의성 앞에 “그래, 바로 이것이 예술가의 혼이야!”하는 감동을 온몸으로 감싸 안았다. 머큐리의 음악 뿐 아니라 모든 예술 작품은 고정의 틀을 벗어난 작품이라야 본인 뿐 아니라 향유하는 자들도 만족시킬 수 있다.

전 세계에서 21세기에 가장 위대한 판타지라며 3부에 걸쳐 상영된 톨킨의 판타지 동화 ‘반지의 제왕’ 역시 통상 주인공이 한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작품이다. 세상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재앙을 불러오는 반지를 찾아 나서는 주인공을 한 사람만 내세워 혼자서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의무와 책임을 완수하도록 하는 영웅주의식 구성에서 벗어난 작품이라 신선한 파격이었다. 여러 명의 주인공이 협동하는 사건 전개로 누가 반지를 가지고 있는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이끌어간 흥미진진하고 탄탄한 구성력과 협동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머큐리는 1985년에 첫 단독 음반인 ‘미스터 베드 가이’를 발표했지만 퀸의 드럼 연주자인 로저 테일러는 1981년과 1984년에 단독 음반을 낸 것을 보더라도 함께 하면서 서로에게 구속당하지 않는 자유로움도 누렸던 밴드의 정신이 아름답다. 머큐리에게 있어 밴드 ‘퀸’은 그를 처음 받아준 음악 세계였고 ‘퀸’과 협동하며 명성을 떨쳤고 병들고 외로울 때도 돌아갈 수 있었던 곳은 협동의 세월을 함께 한 그들 밴드 동료들 품이었다.

이제, 그가 남긴 음악은 우리에게 영혼을 울리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We are the champions!’ 외로움을 혼자 견뎌내는 이 시대에 함께 할 따스함! ‘We are the champions’을 흥얼거리다 보니 내 몸을 통과하는 환한 깨달음이 내게로 온다. 모든 개체의 나가 우주 속 나인만큼 우주와 나는 한 몸이다. 그러므로 우주 속 나를 뛰어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나는 승리자다. ‘We are the champions’ ‘난 온 인간들 앞의 도전이라고 생각해(I consider it a challenge)’ 그의 노래 말 대로 삶이란 본래 더 나은 날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도전이지 않는가. 내 삶에 도전하자. 나는 내 삶에 있어 세계의 챔피언이니까. ‘We are the champ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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