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하산은 없다…해발 4,200m 고소적응 훈련 돌입
중도하산은 없다…해발 4,200m 고소적응 훈련 돌입
  • 박윤수
  • 승인 2019.01.31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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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정 성공률 높이자
산소 부족 대비 체력 훈련
얼룩말바위~마웬지봉 8㎞
4시간 걸으며 고지대 적응
정상 아래 마지막 산장 ‘키보’
높은 고도와 작렬하는 태양
호흡 힘들어 말도 않고 걸어
고소증 호소하는 일행 발생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킬리만자로<3> 고소적응훈련(얼룩말바위-마웬지봉)-키보산장

한국과의 시차 6시간, 아침 6시에 일어나자마자 논산에서 입대 준비를 하고 있는 둘째 아들과 통화를 했다. 마음이 짠하다. 무사히 군복무를 마치고 건강하게 돌아 왔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밤새 이런저런 생각과 간헐적 두통으로 잠을 설쳤다. 본격적 고소증상은 아닐지라도 몸에 이상 신호가 느껴진다. 아침 세면장에서 간단히 고양이 세수를 하고 구름바다 너머로 떠오른 태양을 본다. 호롬보 산장은 남서향받이라서인지,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에서는 살짝 비켜서 있는 듯하다.

3천700m의 고도지만 그렇게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바람도 차갑지는 않다. 같이 등산을 하고 있는 스코틀랜드 고교생들은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고 있다. 우리 일행들도 아직 낮에는 봄, 여름 복장으로 다닌다.

얼룩말바위
얼룩말바위(Zebra Rocks).


오늘은 고소적응을 위해 호롬보 산장에서 가까운 얼룩말바위(ZEBRA ROCKS)에서 마웬지봉 쪽으로 약 5~8km 서너 시간 산행훈련이다. 9시경 출발, 줄무늬가 있는 얼룩말바위(4,200m)까지 2시간여를 올라갔다가 키보(KIBO) 산장 가는 길로 한 바퀴 돌아오며 고소적응 훈련 산행을 했다. 우리처럼 많은 이들이 고소 적응을 위해 이곳에서 하루를 머문다.

이길 주변에 야생하는 스네시아란 식물은 기괴한 모습과 다양한 포즈로 우리를 맞이한다. 12시30분경 산장으로 돌아와 오후에는 내일을 대비한 자유시간이다.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프로그램 중 5일 프로그램은 호롬보에서 고소적응을 하지 않고 바로 키보산장으로 가서 우후루피크를 등정한다. 약 600달러의 입산료와 각종 비용을 포함해 약900달러가 든다. 어제 같이 올라온 젊은이들은 오늘 바로 키보산장으로 갔다. 우리는 6일 프로그램으로 고소적응을 하루 하고 가는데, 입산료는 약 700달러라고 한다.

5일 프로그램의 등정 성공률은 약 30%, 6일 프로그램은 약 70%라 한다. 우리 일행 10명에, 포터 21명, 가이드 4명, 요리사 2명, 웨이터 2명, 약 40명에 가까운 인원이다. 히말라야에서는 포터랑 같이 길을 걸었는데, 이곳에서는 포터들이 자기들끼리 따로 이동하고, 가이드만 우리와 동행한다.

 
윷놀이
호롬보산장에서 우리의 윷놀이를 한참 지켜보던 외국인들이 합세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후 6시30분 저녁식사를 완료하고 팀을 나누어 윷놀이를 한다. 우리의 윷놀이를 보고 있던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우리 주변에 모여 들었다. 돌아가며 윷을 던지고 바닥에 그림을 그려 윷말을 놓고 하던 모습이 신기한듯 한참을 보던 사람들이 윷놀이에 참가한다. 서로 말은 다르지만 킬리만자로 등산 중 하루 휴식하는 무료한 시간에 색다른 놀이로 호롬보 산장이 떠나 갈 듯 시끌벅적하다. 해가 넘어가도록 윷놀이에 빠져들어 시간을 보냈다. 해가 넘어가고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인다. 긴긴 밤, 충전이 안 되는 핸드폰을 수시로 켜고 꺼가며 노래를 듣는다. 밤은 깊어 간다

6일차 킬리만자로산 4일째, 7시40분 키보산장(4,700m)을 향해 출발한다. 정상아래 마지막 산장인 키보산장까지는 12km로 약 5~7시간 등산 예정이다. 우리일행은 일본 팀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묵묵히 황무지 길을 걷는다. 일렬종대로 서서 끝없을 것 같은 외계 행성을 걸어간다. 모든 생명체가 존재 하지 않는 듯한 비현실의 세계, 머리위로 작열하는 태양, 고도는 4천m를 넘고, 호흡은 점차 힘들어지고 풀 한포기 나지 않는 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모두들 말이 없다. 특히 앞서고 있는 일본인 등산객들은 줄맞추어 행진을 하듯이 걷는다. 한편으로 많은 이들이 등정을 마치고 하산한다. 하산하는 이들은 여유를 갖고 인사를 건넨다. 이른 아침에 하산하는 이들은 고소증상 등으로 정상 등정을 포기하고 하산 하는 듯하다.

하산 하시는 분들 중 춘천에서 오셨다는 두 분, 65세의 나이로 킬리만자로 등정에 도전했으나 우후루피크 200미터 전 길만스 포인트에서 고소증상으로 인해 하산하셨다고 한다. 담담하게 말씀하시고 잘 갔다 오라는 인사와 함께 총총히 내려간다.

 
키보산장가는길
키보산장 가는 길.


끝없는 평원의 척박한 길을 쉼 없이 걷는다. 고개 들어 킬리만자로 정상을 보면 키보산장으로 가는 외갈래 길은 황무지에 가는 선으로, 모든 이들이 소실점으로 점점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순간적으로 든다.

산장 도착 1시간여 전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멈춘다. 바람이 제법 차가워 졌다. 나무 한그루 없는 척박한 곳, 그늘 한 점 없는 곳, 따가운 태양을 피할 곳이 없다. 바위 사이로 세차게 부는 바람을 막을 만한 곳에 둘러 앉아 도시락을 먹는다. 준비해준 도시락에는 닭다리도 하나씩 있다.

입안이 깔깔하여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날짐승들을 향해 던지니 까마귀들이 날아와 맛있게 식사를 한다. 이곳의 새들은 이렇게 등산객들이 던져 주는 먹이에 길들여져 야생성을 잃어버린 것 같다. 사람도 무서워하질 않고 주변을 깡총거리며 뛰어 다닌다.

땅콩을 던지니 바위 밑에서 쥐처럼 생긴 짐승이 나와 먹는다. 자세히 보니 백두산에서 봤던 고산 토끼와 닮았다. 아! 이곳 킬리만자로의 4천500m에서 표범은 볼 수 없지만, 바위틈에 토끼가 산다.

 
키보산장
키보산장.


점심을 대충 마치고 길을 재촉하여 키보산장에 도착하니 오후 2시 반, 호흡이 많이 거칠어진다. 사무소에 도착신고를 하고 방을 배정받아 짐을 풀어 놓고 미팅시간을 가졌다. 앞으로의 일정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선임가이드가 보통 자정에 정상 등정을 출발하는데 우리 팀은 그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하기로 했다. 오후에 정상 등정을 위한 옷, 헤드랜턴, 카메라, 장갑, 스패츠 등 장비 점검을 하고, 5시 이른 저녁을 먹고 취침, 23시 기상해 30분 후 출발하는 계획이다. 아직 고소증세는 없다.

저녁을 먹고 자려고 누웠는데 두통이 오락가락 한다. 일행 중 잠을 못 이룬 분들이, 나보고 그래도 잠은 잘 자더라고 한다. 일행 중에 고소증상이 와서 고생 하는 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말들은 안 하지만 서로가 정상 등정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잠을 설친다.

23시 기상 소리에 비몽사몽간 헤매던 꿈속에서 깨어난다. 대충 물휴지로 얼굴을 닦고 식당으로 간다. 서울에서 준비해간 누룽지 한 그릇씩 배식 받아 물만 마신다. 대충 먹고는 숙소로 돌아와 방한모, 방한 장갑, 방한복 그리고 스패츠까지 챙겨 입는다. 23시30분 숙소 바깥마당에 모여 인원 체크를 하고, 콜맨의 지휘 하에 정상 등정을 위하여 출발한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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