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공동체성 회복하는 계기되길”
“파괴된 공동체성 회복하는 계기되길”
  • 김광재
  • 승인 2019.01.31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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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배려하는 관계 위에
생산-소비 선순환 만들어
“직거래가 무조건 싼 것 아냐
적정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
과거 대구서 노동운동 활동
서구 국회의원 선거 나서기도
정치 접고 직거래장터 접한 뒤
주민 뜻 모아 본격 운영 나서
 

 

협동조합 농부장터 김기수 대표에게 듣는다

“협동조합은 성공한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공이 쉽지 않다고 해서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는 안 되겠지요. 하지만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 자체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협동조합을 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복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우리는 그것이 철저하게 파괴됐거든요, 분단, 전쟁,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아마 이렇게 완벽하게 파괴된 나라는 없지 싶습니다. 그래서 공동체성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미래가 있겠느냐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협동조합 농부장터 김기수 대표가 말하는 공동체 회복은 로컬푸드 직매장의 캐치프레이즈에서 짐작할 수 있겠다. ‘생산을 배려하는 소비, 소비를 생각하는 생산’. 즉 구성원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관계가 형성되고, 그 바탕 위에서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산자가 직접 태그를 뽑아서 붙입니다. 1차 농산물은 수수료 15%를 제하고 농가에서 가져갑니다. 그렇게 하면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도매상에 넘길 때보다 커집니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재고관리가 어렵거나 손이 많이 가는 품목은 도매가와 차이가 큽니다. 직원보다 출근 일수가 많은 농가가 대여섯 집 됩니다. 예컨대 상추 생산자는 아침 일찍 수확해 매장으로 가져와 다듬습니다. 그런데 직거래가 무조건 싼 것은 아닙니다. 유통단계는 줄지만 소량 취급하니까 대량으로 유통하는 것이 더 쌀 수도 있어요. 우리는 싸게 팝니다 라고 홍보하지 않습니다. 적정 가격에 판매한다고 하지요. 농가도 이익을 가져가야 하는 거니까요. 소비자도, 좋거나 싸거나 둘 중 하나만 챙겨야지 둘 다 가지려 하는 건 욕심입니다. 같은 가격에 안전하고 건강하고 싱싱한 먹거리를 가져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합원들의 이익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조합원들의 ‘이기’가 되면 곤란합니다. 협동조합이 지역사회로의 확장성을 잃어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금은 이용조합원이 2천명이 넘는 조합으로 성장한 농부장터의 출발은 10여 년 전 소박하고 우연한 사건이었다. 그 사건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직거래장터였다. 대구 칠곡지역은 대도시임에도 작은 공동체가 활발한 지역이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학교급식소위원회와 관련해 근교에서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민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다. 2008년 당시 대천초 교장도 친환경농업에 관심이 많았고, 학교도 친환경 급식 시범학교였다. 교장 선생님의 도움을 얻어 학교마당을 빌려 한달간 주말마다 농민장터를 열었다. 행사가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상설매장 내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후 마을 단체들의 송년회 자리에서 한번 해보자는 데 뜻이 모였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이듬해 5월 동천동에 ‘농부’라는 이름으로 친환경 직거래 상설매장을 냈다. 우연이란 해명되지 않은 필연이라는 말처럼, 대구 북구 칠곡지역은 농부장터가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기에 적합한 토양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로컬푸드 매장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도시 부도심에서 소비자가 중심이 된 로컬푸드 직매장을 낸 것은 농부장터가 유일하다.

구미 산동면 출신으로 대구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김기수 대표는 정치에 투신해 대구 서구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었던 그는 2008년 분당 사태 이후 물러나, 칠곡 집으로 내려와 외부와 연락을 일절 끊고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과거의 노동운동, 정치 활동에 대해 꼼꼼히 복기했다.

농부장터조합원
농부장터 조합원들.



“과거 활동에 대해 후회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할 것은 아니었으나,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됐어요. 저항은 어떠한 기반이 없어도 가능하겠지만 건설에는 특별한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동조합은 경쟁체제에서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협동조합은 새로운 삶의 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우리 노동운동사에서는 유럽과 달리 노동운동이 협동조합과 함께 발전하지 못해 그런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게 개인적으로 협동조합, 로컬푸드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지역의 관심사와 맞아떨어졌지요.”

몇 년 전 지역 일간지에 김 대표의 과거 경력이 소개되면서 놀라는 조합원들이 많았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채소 파는 아저씨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경력이 있었느냐며 재미있다는 반응이었어요.” 굳이 숨길 건 없지 않느냐고 하니 그는 “굳이 밝힐 것도 없지 않느냐”며 껄껄 웃었다.

농부장터가 처음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조합원은 생산자 12명을 포함해 30명이었다. 생산자 조합원 중에는 막상 해보니까 자기 농사와 맞지 않는 경우도 있고, 사업규모가 달라 직거래 방식 적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지금까지 남은 초기 멤버는 3명이다. 김 대표는 꾸준히 농촌 지역을 돌아다니며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하며 함께할 생산자들을 모았다. 지금은 생산자 조합원, 참여농가가 250 가구가 넘는다.

협동조합기본법도 없고 로컬푸드 정책사업도 없을 때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협동조합 정신에 어긋나는 일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초창기 가게 운영 경험과 회계 능력까지 갖춘 꼭 필요한 사람이 있었지만, 조합 이사의 인척이어서 채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초기에 무급으로 일했다. 조합이 설립된 지 2년 뒤 열린 총회에서 감사가 “왜 이사장 급여 항목이 빠져있느냐”고 물어본 뒤부터 최저임금을 받았다. 초기 정관도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후에 그 규정에 맞춰 조금 손본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그대로다.

농부장터는 법과 제도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체가 법과 제도에 앞서 있었던 협동조합이다. 2016년 3월 농림부 로컬푸드직매장 설립 지원사업의 일부 지원을 받아 현재의 자리에 로컬푸드직매장을 개장했다. 대도시 지역에서 있다 보니 생산자 중심의 정책사업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농부장터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경영 실적이 계획보다 다소 미흡한 상황이다.

“협동조합은 문제 해결도 조합원들의 참여에 바탕을 두고 해나가야 합니다. 지금 직원들, 생산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혀가면서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다들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이 거치면서 우리 조합은 공동체 회복이란 면에서도 한층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김광재기자 conte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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