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급하다”며 女 집에 들어가 음란행위…‘무죄’ 라고?
“화장실 급하다”며 女 집에 들어가 음란행위…‘무죄’ 라고?
  • 승인 2019.02.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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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변호사
여성의 집에 들어가 음란행위를 한 30대 회사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길에서 귀가 중이던 B씨를 우연히 발견하고 뒤 따라 가서 “위층에 사는 사람인데, 화장실이 급하다”며 B씨의 집 화장실을 이용했고, B씨가 “화장실을 다 이용했으면 이제 나가 달라”고 하자 갑자기 이 같은 행동을 했다. 검찰은 A씨에게 공연음란 혐의가 아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강제추행의 경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유형력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위 판결에 대한 댓글 여론을 보면 ‘판사가 정신이 나갔다, 판사 마누라만 있을 때 저런 짓을 했어도 무죄일까, 판사도 가끔 하는 모양이네, 문제집만 외워서 판사가 된 어리석은 x 이다, 그럼 저런 놈이 들어오면 주인이 집에서 나가야 되나’의 내용부터 ‘주거침입죄, 경범죄처벌법상의 과다노출죄로 처벌하면 되는데 판사나 검사나 정신이 나갔다’는 보다 전문적인 내용 등의 비난 여론이 많다.

소위 ‘바바리맨’에 대해 형법 제245조의 ‘공연음란죄’로 처벌한다. 그러나 위 죄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한다’라고 돼 있어 ‘공연성’이 필요하다. 즉, 공개된 장소에서 음란한 행위를 한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돼 있어 길거리, 여러 사람의 출입이 가능한 상가 건물 내에서의 행위는 공개된 장소에서의 행위라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개인 집 안에서 벌어진 행위는 공개된 장소라고 볼 수 없어 공연음란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33호의 과다노출죄로도 처벌이 곤란하다. 과다노출죄도 역시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하여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을 처벌하도록 되어 있어 공개된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검사의 고민은 시작된다. 타인에 집에서 ‘다른 사람의 의사에 반해 성적인 목적으로 성기를 노출한 행위’는 100% 처벌해야 하는데 위 2가지 죄는 전부 공연성이 요구되므로 남은 것은 강제추행죄이다. 그런데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는 죄이고, 검사는 ‘타인의 집 안에서 기습적인 성기 노출’은 폭행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강제추행죄로 위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A의 잘못은 ‘남을 속여서 집안에 들어간 행위’와 ‘집 주인의 의사에 반하여 성기를 노출한 행위’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행위는 주거침입죄가 될 수 있지만 만일 A가 ‘처음부터 성기를 노출할 의사는 없었고, 용변을 본 후에 갑자기 욕정이 생겨 성기를 노출하였다’라고 변명할 경우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도 애매하여 진다. 주거침입죄는 집 주인의 승낙을 받지 않고 주거에 들어간 경우를 처벌하는데 승낙을 받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 판례상으로 주인을 속여서 집에 들어가는 것을 승낙받은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된다고 보고 있지만 처음에는 진짜로 용변만 볼 목적이라면 주거침입죄로 처벌이 곤란하다. 그리고 이 사건의 핵심은 주거침입이 아니라 ‘성기 노출’이고 그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고 이러한 고민 끝에 검사는 강제추행죄라는 너무 강수로 재판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판에서 판사는 원칙적으로 검사가 기소한 죄 이외에 죄로 처벌할 수 없다. 그래서 재판 과정에서 틀림없이 판사는 검사에게 ‘강제추행죄는 신체 접촉도 없고 폭행 협박이 없거나 부족해 죄가 되지 않을 수 있으니 다른 죄로 바꾸는 것을 검토 하세요’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고, 검사는 ‘성기 노출 행위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하고 적당한 조문이 없고, 주거침입죄는 성기 노출이 처벌되지 않으므로 기습적인 성기노출도 강제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고집해 결국 무죄가 선고된 것으로 추측된다. 주거침입죄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재판에 넘겨진 행위이고 주거침입죄와 강제추행죄는 전혀 다른 죄이므로 피고인 보호를 위해 함부로 다른 죄로 바꿔 처벌할 수는 없어 결국 ‘무죄’판결 이라는 참사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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