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덤 이야기 - 작은 조짐에서도 지혜를 찾아야 한다
까마귀덤 이야기 - 작은 조짐에서도 지혜를 찾아야 한다
  • 승인 2019.02.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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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달성군 현풍읍 오설리에 ‘까마귀덤’이라는 봉우리가 있습니다. ‘덤’은 깎아지른 듯한 바위 언덕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높은 언덕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달성군 가창면에도 부엉이가 둥지를 튼다하여 ‘부엉덤’이라고 불리는 바위 언덕이 있습니다.

그 옛날, 오설 마을에 큰 홍수가 지고 말았습니다. 마을 앞 강물이 불어나서 마을 안까지 밀고 들어왔습니다.

“큰일 났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사람들은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였습니다.

이 때, 까마귀 한 마리가 하늘에서 까악까악 짖어댔습니다.

“저 까마귀가 우리를 보고 따라오라고 외치는 것 같은데.”

“그래, 어디 다시 들어보자.”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습니다.

까악 까악!

“정말 그런 것 같다. 자, 모두들 까마귀를 따라 가자.”

까마귀는 마을 옆산으로 날아가지 않고 마을 뒷산 봉우리로 날아갔습니다.

“마을에서 가까운 산으로 가야 강물도 내려다보이고 우리 마을도 보일 텐데!”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모두 까마귀를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마을도 마을 옆산도 모두 물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옆산이 더 높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네.”

“그래서 까마귀가 위에서 내려다보고 이쪽으로 우리를 안내했는가 보지.”

“아이고, 그건 그렇고 큰일 났다. 먹을 것이 없으니 이제 어떻게 살아가나?”

“그래도 물에 떠내려가지 않고 몸둥이나마 이 봉우리에 올라왔으니 어떻게 되겠지.”

“그건 그렇지. 어떻게 하든지 살아남아야 해.”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물에 잠긴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때, 까마귀가 다시 날아오르더니 마을 위를 휘휘 날아다녔습니다.

“까마귀가 다시 날아올랐다.”

“아, 물이 빠진다. 물이 빠져!”

까마귀 덕분인지는 몰라도 정말 물이 빠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며칠이 지나자 물은 완전히 빠졌습니다.

봉우리 위에서 오들오들 떨며 서로 부둥켜안고 밤을 보낸 사람들은 모두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마을로 내려온 사람들은 곧 의논을 하였습니다.

“또 언제 홍수가 날지 모르니 지금보다 좀 더 높은 곳으로 마을을 옮깁시다.”

“그럽시다. 그런데 지금은 홍수 끝이라 힘이 드니 추수를 한 다음에 산중턱으로 마을을 옮깁시다.”

“좋소.”

그리하여 냇가 가까이 있던 이 마을은 지금처럼 산 중턱으로 옮겨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 세운 마을 이름을 까마귀 혀의 도움을 받았다 하여 ‘까마귀 오(烏)’, ‘혀 설(舌)’을 써서 오설리(烏舌里)로 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 산을 멀리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까마귀 혀처럼 생겼다 하여 오설동(烏舌洞)이라고도 한다고 합니다. ‘동(洞)’은 ‘물 수(水)’와 ‘같을 동(同)’을 합친 글자이므로 같은 물을 함께 먹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풀이되기도 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작은 조짐에서도 교훈을 찾는 지혜를 가진 듯합니다. 홍수를 만나 절박한 상황이 되었지만 까마귀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지혜를 얻어 피난을 하였으며 또 마을 이름까지 새로 지었으니까요.

작은 것에서도 교훈을 찾는 지혜를 길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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