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손주도 할배할매도 ‘유튜브 삼매경’
설 연휴, 손주도 할배할매도 ‘유튜브 삼매경’
  • 정은빈
  • 승인 2019.02.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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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불문 동영상 서비스에 ‘홀릭’
정치·명상·글귀 다양한 콘텐츠 우수수
문화차 좁히고 공감대 형성 도움되나
성인방송·가짜뉴스 문젯거리 떠올라
어린이 시청제한 등 규제강화 목소리
유튜브
7일 오전 한 50대 여성이 유튜브(Youtube)에 게재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밴드 ‘퀸’의 공연 영상을 지인에게 공유 받아 감상하고 있다. 정은빈기자

설을 맞은 지난 5일 박소영(여·39·대구 달서구 송현동)씨 가족이 차례를 지낸 뒤 낮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박씨의 딸 김은아(8)양은 유튜브(Youtube) 삼매경에 빠졌다. 오락 프로그램부터 장난감 영상까지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박씨의 두 조카 정지연(13)양·정지훈(9)군은 함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스타’ 박막례 할머니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박씨는 “평소 딸 아이가 유튜브를 달고 사는데 명절에도 다를 게 없었다”며 “딸이 스마트폰 중독은 아닌지 걱정도 되지만 항상 아이와 놀아줄 수도 없고 아이가 울고 떼를 쓰면 전화기를 안 주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어른들 사이에선 정치를 주제로 막간 설전이 벌어졌다. 주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퍼주기’, ‘대통령 치매설’ 등 비판적 뉴스에 관한 진실 공방이었다. 이들 대화의 배경에는 보수진영의 정치 유튜브 채널이 있었다.

정기복(80)씨는 “유튜브에 재미를 들인 뒤로는 매일 아침 지인들과 공연이나 좋은 글귀, 명상용 영상과 정치적으로 공감이 가는 영상 등을 주고 받는다”며 “친척들을 만날 때도 유튜브에서 보고 들은 게 많으니 할 말이 많아졌다”고 했다.

유튜브와 스마트폰으로 인해 명절을 쇠는 모습이 달라진 건 비단 박씨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구글의 동영상 공유 서비스 유튜브는 1020세대를 넘어 7080세대의 일상까지 스며들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2만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대~50대 이상 전 세대가 가장 오랜 시간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이상의 사용시간이 예상 밖이었다. 이들의 사용시간은 64억 분으로 10대(112억 분)와 20대(65억 분)에 이어 세 번째로 길었다.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서비스는 세대 간 문화 차이를 좁히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지만 새로운 문제도 양산하고 있다. 이른바 ‘벗방’ 등 성인방송이나 정부 등을 근거 없이 비난하는 ‘가짜뉴스’ 등 자극적 영상을 쏟아내는 점이다. 장애인, 성소수자 등 특정 계층을 비하하는 영상도 넘친다. 채널 구독자가 많을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 때문에 콘텐츠 생산자들은 단순히 조회 수를 높일 수 있는 영상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규제는 허술하기만 하다. 유튜브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로 유통하는 영상은 ‘방송법’이 적용되지 않아 시청에 연령 등 제한이 없다. 10세 미만 어린이도 성인방송 등을 검색만으로 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문제 콘텐츠에 대한 조치는 대부분 삭제 권고에 그친다. 구글코리아의 경우 자체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위반 게시물에 대한 신고를 받지만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인종, 성별 등에 관한 차별·증오 표현 외에는 검열을 자제하고 있다.

자극적 개인방송에 대한 규제를 바라는 여론은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등을 조롱한 모 유뷰버를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 23일부터 16일간 333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어린이들의 유튜브 시청을 제한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도 잇따른다. 대한소아청소년의학회에 따르면 만 2세 미만은 어떤 미디어에도 노출되지 않아야 하고 만 2세~취학 전 아동은 하루 1시간 내외, 초등학생은 2시간 이하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좋다.

올해부턴 정부와 국회가 규제 강화에 나선다. 여성가족부는 다음달부터 인터넷 개인방송 등 미디어 모니터링 대상을 확대하고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분산된 방송 관련법을 통합하고 OTT 서비스, 개인방송을 규제하기 위한 ‘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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