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응급의료계의 별, 나의 가슴에 새겨지다
대한민국 응급의료계의 별, 나의 가슴에 새겨지다
  • 승인 2019.02.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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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한(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지난 2월 4일 오후,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소식에 의료계의 슬픔은 깊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해 말, 진료 중에 사망한 ‘故 임세윤 교수’의 비보로 침울한 한 해를 시작했던 의료계에,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 당직근무 중이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의 죽음과 함께 전해진 그의 사망소식으로 인해 그 황망함과 충격을 형언할 수 없다.

먼저 이번 일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과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평소 고인은 주어진 일을 밤을 새워 해내는 완벽주의자였으며, 일주일에 5~6일 이상을 집에 들어가지 않고, 휴가까지 반납한 채 오로지 우리나라 응급의료 발전에 대한 생각만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는 이전에도 바쁜 병원 일과 우리나라 응급의료에 관한 일들로 인해 가족과 연락이 자주 끊겼으며, 가족과 지인들은 이번의 연락두절도 늘 있던 일로 생각하고 있다가 사망한 그를 늦게 발견하였다 하니, 지금까지의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어 더욱 안타깝다. 이런 그의 평상시 행보를 반영하듯 주검이 된 그의 앞에 있던 책상에는 설 연휴 재난대비, 외상센터 개선 방안, 미완성의 중앙응급의료센터 발전 방향에 관한 서류가 있었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설명절의 기쁨을 나누고 있어야 할 시간에, 그는 홀로 자신의 방에 앉아 운명을 달리한 순간까지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 발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응급의료계에서 그는 선구자이자 큰 버팀목이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고 발전시키는 데에 항상 앞장섰던 그였다. 응급진료 정보수집체계인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구축, 이동식병원과 닥터헬기 도입, 권역외상센터 구축, 그리고 응급의료기관 평가시스템 도입 등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와 관련된 곳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그런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의료현실을 생각하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로서 참담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그가 처음 발을 들였을 때만해도 우리나라 응급의료는 필수 의료영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황무지 수준이었다. 잦은 당직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근무시간은 물론이고, 의료소송 등 의료분쟁의 중심이었으며, 우리나라 저수가 의료보험제도로 인해 항상 적자가 생기는 영역이었기에, 응급의료는 더욱 더 열악한 의료불모지였다. 하지만 응급의료발전에 대한 그의 노력과 신념으로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조금씩 바뀌어 갔으며, 그가 관여했던 15여 년 간 많은 발전을 하였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의 비보는 우리 모두를 허망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그가 꿈꾸던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미래는 명확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응급환자가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서 적절한 의료진을 통해 응급치료를 받고 생명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응급의료정책과 제도, 그리고 그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그와 진료현장에서 사라져간 또 다른 동료의사들에 대한 비보를 접한 나는, 열악한 응급의료현실에 안주하거나 타협하지 않은 채 죽음의 순간까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발전과 응급환자진료 개선에 최선을 다했던 ‘의사 윤한덕’과 진료현장에서 이름 없이 죽어간 모든 의사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임을 다짐했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 대한민국 의료발전에 동참할 것이라는 의지를 나의 가슴에 조용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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