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나절
저녁나절
  • 승인 2019.02.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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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미(시인)

저녁 햇살이 길게 눈부시다

내가 다시 젊어지려고 하면

우선 산에 계신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 와야 하고

내가 외출해 돌아오면

어머니는 버선발로 뛰어나오셔야 되며

체중은 10kg 씩이나 감량해야 되고

머리 희끗한 내 친구들도

다시 긴 머리 찰랑이며

밤새워 토론을 벌여야 하고

식은 커피와 식빵, 라면 이런 간단한 식사로 만족해야하고

오 무엇보다 아르바이트, 만남과 모임 등으로

쉴 새 없이 쫓아다녀야 하는데…

이 모든 일이 너무 번거로워

나는 모두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월은 한 눈 깜박이는 동안

쏜살같이 날아가 사라져 버리고

40년 이란 긴 시간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나간다

어둠이 내리기전

이환한 저녁나절

나는 고요한 평화 속의 이 순간들에

다시 감사하기로 한다.

◇박영미= 경북 청도 출생. 경북여고졸(70),
경북대사범대영어교육과졸(74),대구청구중 교사 및 매일신문 기자 역임.
<사람의문학>으로 등단(07).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 삶과 문학 회원.
시집 ‘거룩한 식사’(12), ‘징검다리’(18)

<해설> 흘러가는 시간 앞에 자연은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는 항상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대세를 따르는 것을 강요받지만, 자기각성과 자기실현은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각자 단독으로 성취해야 하는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나 누구나 하는 일은 일이 아니다. 남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뭘 하건 후회가 전혀 되지 않는 일은 없다.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고 나는 더 이상 아무도 될 수 없다.

때때로 나에 대해서도, 결국 타인일 수밖에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한번 쯤 깊이 생각해보자. 마음이 하는 말들을 모른 척하면 힘들고 외롭고 슬퍼진다. 건강한 내적 대화를 유지하는 것은 스스로와 평화를 맺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람이 계획하고 경영해도 이루시는 이는 하늘임을 잊지 말자.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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