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선물
친구의 선물
  • 승인 2019.02.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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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이번 명절 친구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몇 개월 전, 초등학교 졸업 후 50년 만에 처음 만난 친구가 목사 가운을 명절 선물로 보낸 온 것이다. 친구는 선물 이외에 과분한 격려의 말로 우리 가족을 감동시켰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내가 크면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며 이제 만나보니 역시 자기의 기대대로 역할을 잘 하고 있어서 내가 자랑스럽다고 기뻐한다.

듣기에 민망하여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그 친구는 여전히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함께 듣는 아내도 당혹스러워했다. 제자가 하는 말이라면 그래도 좀 이해하겠는데 친구가 그런 말을 진지하게 하니 기분이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더구나 50년 전 초등학교 때의 추억으로 그런 덕담을 진지하게 하니 나도 역시 좀 생뚱맞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아서 자랑삼아 친구에게 받은 목사 가운을 사진으로 찍어 몇몇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다들 참 좋은 친구를 두었다며 부러워한다. 어색해 하던 아내도 그 친구의 진지한 말과 정성어린 선물에 요즘 참 보기 힘든 분이라 칭찬한다.

딸과 아들에게도 이야기했더니 아이들도 50년 전의 초등학교 친구들끼리 그런 우정을 나누다니 정말 보기 좋다며 감탄하며 신기해한다. 나도 50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여전히 따뜻한 우정을 가지고 있는 그 친구에게 어느 새 감동하고 있었다.

흐르는 시간과 함께 사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나 깊은 사랑이 없어지는 듯하여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요즈음이었다. 사실 여러 모임 속에 웬만한 친구들은 다 서로 알고 지내기에 애틋한 정을 가진 친구가 별로 없는 편이었다. 그런데 몇 개월 전, 그 친구는 어떤 모임에 내가 참석한다는 말을 듣고 몇 시간동안 차를 몰고 와서 나를 찾았다. 내게는 희미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 친구는 그렇게 반가워 하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순간 그 친구가 나를 반가워 하는 만큼 내가 반가워 하지 못해 좀 어색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헤어져 곧 그를 다시 잊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나를 잊지 않고 목사 친구를 위해 가운을 차에 실고 이번 명절에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 친구 덕분에 따뜻하고 즐거운 명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시절의 그를 회상해 보았다. 희미했던 그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뚜렷하게 되살아났다. 아, 그 때 그와 나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초등학교 때 그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함께 어우러지며 그가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준다. 마음이 훈훈해졌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그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친구, 고맙네. 네가 보내준 그 가운, 나중에 내 아들에게 물려줄게.’

오늘 아침, 옷장에 걸려있는 그 가운이 눈에 들어온다. 가운 목덜미 부분에 노랗게 새겨진 내 이름이 선명하다. 순간 ‘네 이름이 내게는 항상 자랑스러웠다’는 친구의 말에 어색함과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나는 그의 이름을 잊고 있었는데 그는 나의 이름을 자랑스러워했다니 미안함에 괜히 가운을 꺼내어 보고 다시 걸어두었다.

기도시간에 그를 생각하며 감사하며 그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불현듯 찾아와 잊고 있었던 추억을 되살려 준 친구, 내 마음과 우리 가족에게 따뜻한 사랑을 선물해 준 그 친구를 다시 생각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힘을 줄 수 있다니 신기하다. 한 사람의 선물과 말이 다른 사람을 이렇게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니 놀랍다.

좀 늦은 시간이지만 폰을 꺼내 들고 저장된 이름을 하나하나 넘겨본다. ‘아, 이 분 그때 정말 고마웠었는데’하는 이름이 메뚜기처럼 툭툭 튀어 나온다.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감사하다’는 한마디 말조차 하지 못한 분들이 수두룩하다. 아니, 놀랍게도 그의 이름이 내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은 분들도 제법 많이 눈에 뜨인다.

명절이 끝난 지 며칠이 지난 오늘이지만 명절을 핑계 삼아 때늦은 감사의 인사를 드려 보려한다. ‘그 때 그 일로 인하여 정말 고마웠는데 이제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문자로나마 인사를 드리려 한다.

그 분이 ‘늦게나마 인사를 하긴 하네’라며 웃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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