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코미디하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윤덕우 칼럼] 코미디하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 승인 2019.02.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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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최근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 격차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좁혀졌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7일 전국 유권자 1천6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다.

한국당 지지율은 2.3%포인트 오른 29.7%, 민주당 지지율은 0.4%포인트 내린 37.8%로 각각 집계됐다. 민주당은 4주째 하락세를 나타내며 30% 후반대에 머물렀지만, 한국당은 3주째 상승하며 30% 선에 육박해 양당의 격차가 8.1%포인트로 줄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40%포인트대에 달했던 양당 지지율 격차는 지난해 11월부터 10%포인트대로 축소됐고, 이제는 1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리얼미터는 한국당의 경우 최근 주요 당권 주자들의 전당대회 출마선언에 따른 ‘컨벤션 효과’ 덕분에 지지율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자유한국당이 당 대표 등 새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를 보름 앞두고 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공교롭게도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전당대회 날짜와 겹치면서다.

황교안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을 제외한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당권 주자 6명은 국민적 관심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최소한 2주 이상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그렇지 않을 경우 12일에 후보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초 계획대로 오는 27일 전당대회 개최를 재확인했다. 황교안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 등 2명의 주자는 당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11일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2·27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이번 전당대회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더불어 민주당과 지지율 격차를 더 줄이고 반전을 모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런 점에서 흥행을 위해 전당대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당권 주자 6인의 주장은 어느 정도 납득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들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만약 27~28일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나온다면 현재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에는 상당한 호재가 된다. 이런 점에서 전당대회 일정 2주 이상 연기는 명분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제1야당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 일정이 흥행을 이유로 연기된다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자유한국당 선관위도 그렇게 판단했다.

오히려 북미정상회담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전에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정말 흥행을 위해서라면 모든 당권 주자가 27일 전당대회에 참여해 축제 분위기를 연출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더라도 오세훈·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등 5인의 면면을 보면 흥행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국민들은 상황이 다소 불리하더라도 자유한국당이 제1야당으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제1야당은 불리한 국면을 유리한 형국으로 만들고 대형 이슈로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정상회담과 전당대회 일정이 겹친다고 볼멘소리를 할 것이 아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이슈는 넘치고 넘친다. 우선은 민생경제 실패다. 서민들은 일자리가 없어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은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김태우·신재민 폭로에 이은 손혜원 파문과 김경수·안희정 구속 사건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대형 이슈들이다. 다만 문제는 제1야당의 무능으로 국민들에게 이슈를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할 뿐이다.

5인의 주장대로 전당대회를 2주 이상 연기한들 무슨 흥행이 되겠는가. 이들의 주장대로 전당대회를 연기하면 제1야당의 나약한 모습만 부각시킬 뿐이다. 설사 전당대회 흥행효과로 일시적인 지지도가 오른다 하더라도 그 상승은 지속하기 어렵다. 이들의 주장이 다수의 국민들 눈에 몽니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은 착각해서는 안된다. 5인의 전당대회 연기 주장이 흥행 자체만을 위한 것이라고 보는 국민은 별로 없다. 선거 기간을 연장해 자신들의 저조한 지지도를 만회하겠다 속셈 내지는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 출구 전략으로 비춰진다.

보수궤멸은 자중지란에서 비롯됐다. 일전에 코메디 릴레이 단식으로 조롱거리가 됐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또다시 자중지란의 모습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코미디 같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자중지란을 보며 이해찬 대표의 희망대로 20년 아니 50년 장기집권도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 선수가 많다고 당대표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 자유한국당에 필요한 대표는 제1야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대여투쟁 능력이 필요하다. 여야구분도 안되는 웰빙 정당의 당대표가 아니다. 자유한국당 당사 벽면에는 ‘위대한 국민 다시 뛰는 대한민국’ 구호가 걸려있다. 구호에 걸맞는 당대표 선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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