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슴한 반달이
희푸른 오월 하늘을 건너간다
저 엷은 흰빛의 소요를 따르는
윤회의 바닷길을
윤회의 하늘길을
온다 간다 뇌이지도 않으면서
옥피리 불며 가는 줄
무위無爲의 소리 한 소절, 한 소절 새겨들으며
고요한 수평처럼 벤치에 누워
달의 그림자 만지다
◇김혜숙= 경남 통영 출생. 세종대 음대(기악과) 졸업. 198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월간문학’우수작품상, 2011년 경남예술인 공로상, 시집 ‘내 아직 못 만난 풍경’, ‘바람의 목청’, 시선집‘그림에서’ 외. 통영문협회장 역임 등.
<해설> 어느 오월 저녁 무렵 침묵이 어둠을 쓸고 있는 고요한 벤치에 누워서 서산으로 넘어가는 상현달을 바라보며, 이룬 것 없는 삶을 회상하면서 무위 한 소절 뇌까리는 화자의 고뇌 찬 시심이 참 애틋하고 감미롭다.
참 아름다운 시다. 정갈한 시어들이 화자의 심상에서 재현되어 일어나는 저 감각적 언어들이 사뭇 비감마저 든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