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싸맨 고용주, 고개 떨군 알바생
머리 싸맨 고용주, 고개 떨군 알바생
  • 장성환
  • 승인 2019.02.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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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의 그늘
“주휴수당 못줘” 시간 쪼개기
임금 낮추려 수습기간 적용
각종 편법에 근로자만 피해
고용주 “현실적 대안이 없다”
최근 2년 사이 최저임금이 29%가량 급격히 오르자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용주들의 고육지책이 쏟아지고 있다. 근로자들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여러 명 고용하는 ‘알바 쪼개기’부터 수습 기간을 두면서 법정 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주는 편법까지 다양한 형태의 고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애꿎은 청년들만 그 피해를 입으며 현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던 대학생 이성은(여·22)씨는 한숨만 내쉬었다. 주 5일 동안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 근무자를 찾는 공고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일하게 되면 아르바이트를 2개 혹은 3개까지 구해야 한다.

이 씨는 “재작년인 20살 때만 해도 대다수의 고용주들이 보통 주 5일 근무자를 구해 한 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단시간 근무자를 구하는 경우가 많아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 현장의 노동조건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르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주당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 이 기간에는 최저임금보다 20% 높은 금액을 별도로 산정해 지급해야 하는데 이게 ‘주휴수당’이다. 지난해 말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주휴수당·시간을 포함하는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를 지키지 않는 고용주는 올해부터 임금체불로 처벌받게 된다. 이에 인건비를 줄이려는 고용주들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기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수습 기간을 두는 아르바이트 자리도 많아졌다. 이달부터 대구 남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최 모(25)씨는 “면접 당시 아르바이트를 처음 한다고 말하자 사장이 수습 기간을 가져야겠다면서 3개월 동안 시급 6천 원만 받는 걸로 하자고 했다”며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너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법 제5조 2항 및 동법 시행령 제3조에 따르면 ‘1년 이상 근로계약을 한 경우에 한해 최대 3개월까지 수습 기간을 둘 수 있으며 수습 기간 동안의 임금은 최저임금 대비 90% 이상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르바이트는 1년 이상 근로계약을 하는 경우가 잘 없어 수습 기간을 두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고용주들이 수습 기간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몇 달을 일하더라도 근로계약서에 1년 계약으로 작성해 수습 기간을 무조건 두도록 하는 것이다. 게다가 고용주가 수습 기간을 두더라도 아르바이트생에게 올해 최저시급인 8천350원의 90%인 7천515원 이상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마저 지키지 않는 곳이 대다수였다.

이에 대해 고용주들은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철우(54)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보니 우리 입장에서도 여러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법을 어기고 싶어서 어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정부에서 법을 잘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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