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발상의 전환으로 끌어내리기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발상의 전환으로 끌어내리기
  • 승인 2019.02.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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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식 앞에 붙는 수식어 중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아마도 ‘푸짐한’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음식이 뛰어난 맛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팅에서 오는 ‘한입거리’ 이미지가 강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인 사랑을 덜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는 푸짐한 상차림에 열광한다. 맛집프로그램을 보면 더욱 이러한 사실은 극명하다. 많은 양이 곧 점주의 인심이자 재료를 아끼지 않는 미덕이라 여기며 이러한 것이 맛을 보장하는 듯 포장하는 것이 다반사다.

필자도 한때는 푸짐한 것을 너무 좋아했다. 한정식집에서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음식이 좋아 유명한 한정식당 미식기행을 하기도하고 스테이크도 포터하우스스테이크(보통의 티본에 비해 훨씬 크다.)가 최고라고 외치고 다녔다. 사실 12가지 이상의 반찬 중 손 한번 가지 않은 적도 많고, 스테이크도 먹다 지쳐 다 남기면서 “너무 아까워.”를 식당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연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부로 십여 년을 살아오면서 지금은 정반대가 되었다.

식탁에 오르는 모든 음식은 돈이다. 식재료를 구입하는 비용, 조리하는 비용, 그리고 남은 잔반을 처리하는 비용까지 모두 돈이다. 무분별한 음식물 쓰레기 배출은 단지 경제적 손실 뿐만 아니라 심각한 환경오염도 야기시킨다. 음식물 쓰레기를 20% 줄일 경우,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연간 온실가스는 자동차가 서울-통영을 왕복할 때 배출하는 양을 줄일 수 있고 에너지의 경우 연간 세탁기 1,080회를 작동하는 양을 줄일 수 있다. 전국민이 이에 동참한다면 그 양은 어마어마하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1만 4000여 톤이다. 연간 이 막대한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은 8000억 원이다. 단순히 처리비용 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발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20조 원에 달한다. 왜냐하면 보통 가정이나 소형 음식점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수분이 많아 처리 과정에서 필수로 건조시설을 운영해야 하고 이를 동물 사료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도 많은 부재료를 혼합하는 등 그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우선 장 보러 가기 전에 냉장고를 먼저 살펴보자. 3일 혹은 7일 주기로 대충의 식단을 미리 정한 후 이에 맞는 식재료 중 냉장고에 남아 있는 것을 파악하면 장 보는 양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주 1회 냉장, 냉동고 정리는 습관화 할 필요가 있다. 냉동실 구석의 검은비닐봉지의 정체를 모를 때가 있을 것이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뒤 이는 모두 폐기되고 그것은 모두 ‘쌩돈’이다. 장을 보러 가서는 파악해 온 식재료를 가족구성원의 양과 저장기간에 맞게 구입해야 한다. 1+1, 오늘만 특가에 현혹되지 말자. 저렴한 가격에 무턱대고 구입한 식재료는 보통 이미 집에 쌓여있는 것이거나 ‘그 언젠가 먹을지도 모를 미래의 어느 먼 날’을 위한 것이 되어 결국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장을 보고 온 후에는 귀찮더라도 반드시 재료를 손질해 1회 식사 분량으로 나눠 보관해야 한다. 음식을 만들 때에는 그 끼에 모두 먹어치울 수 있는 적정량만을 조리하도록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할 때에는 물기를 최소화하여 배출하여 재활용단계에서 낭비되는 국가적인 비용의 손실을 막는 것에 동참하여야 한다.

우리집 식재료를 살펴보자. 가족이 유통기한 내에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것이 있다면 당장 ‘푸드뱅크’를 검색해 기부해보자. 푸드뱅크는 식품제조기업 또는 개인에게서 식품을 기탁받아 결식아동, 독거노인, 재가장애인, 무료급식소, 노숙자쉼터, 사회복지시설 등 소외계층에 대한 식품지원복지서비스를 전달하는 식품 나눔 제도로 대구에도 다수의 관련 사업장이 있다.

‘모자란 듯이’, ‘조금 적은 듯이’가 습관화 될 필요가 있다. 꾸준히 증가하는 비만환자가 입증하듯이 영양과잉의 대한민국, 이제는 현명한 식습관으로 경제와 환경 모두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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