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부동산 공시지가 인상을 우려하며
급격한 부동산 공시지가 인상을 우려하며
  • 승인 2019.02.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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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24일 표준주택 공시지가에 이어 2월 12일 토지에 대한 표준지 공시지가를 공개하였다. 이는 여러 절차를 거쳐 주택은 4월 30일 토지는 5월 31일 최종 확정 공시된다. 부동산가격 공시제도는‘89년 토지에 대한 가격공시인 공시지가제도가‘05년에는 주택시장 안정 및 조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주택공시제도가 도입되었다. 매년 1.1일 기준으로 공시된 부동산 가격은 과세(5종), 복지(10종), 부담금(12종), 감정평가(19종), 기타 행정목적(22종) 등, 60여개 행정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금년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주택은 가격 평균 변동률이 9.13%로 전년 대비 3.62% 포인트 상승하였으며,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인 평균 현실화율은 53.0%로 전년 대비 1.2%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토지는 표준지 공시지가가 1년 전에 비해 9.42% 상승하였으며, 현실화율은 2.2% 포인트 상승한 64.8%로 나타났다. 특히 토지의 경우 상승률은 전년 대비 3.40%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08년 9.63%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부동산 공시 가격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치를 반영하여 균형 있게 정해져야 하는 것이 조세 형평성에 맞는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이 너무 혁신적인 것이나 급격한 것은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시장에서 왜곡된 현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예로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어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고, 대학의 시간강사들의 지위를 일정부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기 위한 시간강사법이 오히려 많은 시간강사들을 강단에서 아내 실업자의 길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록 부동산가격 공시제도가 도입 당시부터 현실화율이 낮았으며, 가격 상승분도 제때 반영하지 못해 유형·지역·가격대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올바른 판단이라고 믿지만, 이를 일시에 해소하기 위해 공시 가격을 지나치게 상승시키게 되면, 이는 그대로 없는 서민들이나 세입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은 오랜 기간 우리의 경험으로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즉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약 3천309만 필지의 개별공시지가 산정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각종 조세·부담금 부과 및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 등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에 이의 대폭 상승은 세입자들에게 바로 임대료 인상이라는 영향을 주게 된다.

국토부는 금년에 발표된 표준단독주택 공시 가격과 표준지 공시지가는 왜곡된 부동산 가격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실거래가가 크게 올랐지만 공시 가격에 상승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땅값을 현실화해 다른 부동산과 형평성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와는 다르게 시장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금을 더 징수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거듭된 고강도의 규제 대책을 내 놓음으로써 집값 안정화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으나, 정부가 예상만큼 매물이 늘지도 않고, 집값도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지지 않는 등 부동산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 거래세가 줄어들게 되었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공시지가 인상을 통한 보유세를 더 징수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정말 아니기를 바라지만 공시지가가 인상되면 보유세는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당연히 더 많이 징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런 의구심을 해소시키기 위해 대다수 중저가 단독주택 등은 공시가격 인상 폭이 낮아, 복지제도의 대상인 중산층 이하 서민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재산세는 직전년도 대비 5∼30% 이내로 제한하고, 총 보유세(재산+종부)는 1세대 1주택자 기준 50% 이내로 상승 제한하며, 1세대 1주택인 65세 이상 고령자가 15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경우에는 종부세가 최대 70% 감면되도록 하여 실제 세 부담 증가를 최소화시키겠다고 하는 등의 보완대책을 내 놓은 것을 보면 공시지가 인상으로 보유세가 대폭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정책이든 모든 국민들을 다 만족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로 인해 삶의 질이 악화되는 국민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급격한 공시지가의 상승으로 인해 주택 가격이 상승하였다 하더라도 처분하지 않는 한 발생된 소득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보유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평생 거주하던 주택을 팔고 더 열악한 주택으로 이주해야만 하는 국민이 나타나지 않도록 정부는 좀 더 세밀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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