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를 굽다 1
청어를 굽다 1
  • 승인 2019.02.13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어살을 발라먹으며 용서를 생각한다

살보다 가시가 많은 청어

가시 속에 숨은 푸른 속살을 더듬어 나가면

내 혀 끝에 풀리는 바다

어제 그대의 말에 가시가 많았다

오늘 하루 종일 가시가 걸려 목이 아팠다

그러나 저녁 젓가락으로 집어내는 청어의 가시

가시 속에 감추어진

부드러운 속살을 찾아가다 만나는 바다의 선물

어쩌면 가시 속에 숨은

그대 말의 속살을 듣지 못했는지 몰라

가시 속에 숨은 사랑을 발라내지 못했는지 몰라

오늘 밤 이불 속에서 그대에게

화해의 따뜻한 긴 편지를 써야겠다

가시 속에서 빛나는 청어 한 마리

어느새 마음의 지느러미 달고 바다로 달아난다

◇전다형= 경남 의령 출생,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석사졸업, 동대학원 박사과정수료.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제12회 부산작가상 수상, 현재 평생교육원과 도서관, 문화센터 등 <치유적 시 창작> 강의. 시집으로 『수선집 근처』(푸른사상사)와 연구저서「한하운 시의 고통 연구」가 있음.

<해설> 가슴 속에 상처 하나 없는 사람 있으랴. 청어를 먹으며 가슴에 송송 박힌 가시에 아파한다. 그런데 가시를 발라내다가 문득 새로운 발견에 눈이 머문다. 청어 가시 속에 감추어진 부드러운 속살이다. 혀 끝에 풀리는 속살은 바다의 선물임을 자각한다. 살다보면 수많은 가시에 상처를 입고 그로 인하여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그 가시를 감싸고 있던 숨은 사랑을 깨닫는다. 그럴 수도 있겠다. 가시와 사랑은 근원적으로 뿌리가 같지 않던가. 방향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용서의 용기가 살로 돋아날 수 있으리라. 가시 사이에 가려져 있던 사랑의 발견이 화해의 편지로 전달되자, 웅크렸던 마음은 활짝 지느러미를 펼친다. 서로 눈빛 마주하며 어울리는 바다를 향하는 가뿐한 아침이다. -서태수(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