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중심의 잘못된 판단
복합차별 겪는 피해자 목소리
귀 기울이고 정의 실현해야”
캄보디아에서 온 처제를 성폭행한 남성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6개 지역 여성단체는 13일 오전 10시께 대구 달서구 용산동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중심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억울함을 준 1심 재판부는 겸허히 성찰해야 하며 2심 재판부는 사법 정의·성평등 정의를 실현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에 따르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언니가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하자 조카들을 돌보기 위해 지난 2014년 캄보디아에서 입국한 A씨는 2016년부터 형부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형부의 초청비자를 통해 한국에 오게 된 A씨는 형부의 협조를 통해서만 체류 연장이 가능한 상태라 그 누구에게도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지난달 17일 해당 사건에 대해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봉수)는 형부의 성폭력 특례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재판 때 형부가 ‘언니를 정신병원에 보내서 못 나오게 한다. 너도 캄보디아로 보내버린다’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수시로 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체는 “1심 재판부가 한국어도 서툴고 한국의 법과 제도 등 지원기관을 잘 몰라서 어려움을 호소할 수 없었다는 피해자의 말을 외면했다”며 “2심 재판부는 여성이자 이주민으로서 복합차별을 겪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A씨는 해당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22일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이날 기자회견을 한 여성단체는 2심 재판부에 공정한 재판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