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달라이 라마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문득, 달라이 라마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 박윤수
  • 승인 2019.02.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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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와 달라이 라마에 관한 책을 읽다가
그가 사는 인도 ‘다람살라’가 궁금해졌다
책, 영화서 본 장소 루트에 넣고
‘다람살라-마날리-레’ 16일 여정 시작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인도 다람살라-마날리-라다크<1>  여행준비-맥레오드 간즈

자주 다니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곤 한다. 어느날 눈에 들어 오는 한권의 책이 있었다. ‘굿바이 티베트’(마리아 블루멘크론, 2010 하얀연꽃)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애잔함과 표지를 덮고 있는 깊은 주름의 한남자의 무표정한 인상에 책을 집어 들어 단숨에 읽어 내려 갔다. 티벳트인들이 중국의 박해를 피해 중국의 티벳에서 인도로 탈출하는 피난민을 도와주기 위해 설산의 히말라야 국경을 넘어 다니는 안내자 겔상 직메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와 자유를 찾아 히말라야를 넘나드는 피난민들의 극적인 모험, 그리고 독일인 저자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과정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책 제목은 고향을 등지고 국경을 넘어 인도로 가는 티벳탄들의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고국 땅에 대한 애틋한 인사말인데, 거기에 우리 실향민들의 두고 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겹쳐지는 듯했다.

1950년 6월 우리의 산하에 동족상잔의 비극이 덮칠 때, 티벳땅은 한족에 의한 침략 전쟁의 참화 속에 있었다. 그 후 병탄된 티벳의 사람들은 눈 덮힌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과 인도로 탈출하기 시작 했다. 1959년 3월 17일 티벳 라싸의 포탈라 궁을 떠난 달라이라마 14세는 아직 인도의 다람살라 맥레오드 간즈(McLeod Ganj)에 살며 지금까지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달라이라마에 대한 궁금증으로 류시화님이 번역한 ‘용서’(빅터 챈, 2004 오래된미래)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은 홍콩계 캐나다인인 빅터 챈이 우연한 기회에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나고, 그의 곁에서 수년간 기록한 책이다. 전세계 지성인들로부터 가장 존경 받는 종교지도자인 그는 그 자신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나는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또한 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들이라고 나는 여깁니다. 이 피부 아래에는 똑 같은 본성, 똑 같은 종류의 욕망과 감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나는 늘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한 느낌을 전달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긍정적인 것들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만일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상처를 준 사람에게 미움이나 나쁜 감정을 키워 나간다면, 내 자신의 마음의 평화만 깨어질 뿐이다. 하지만 내가 그를 용서한다면, 내마음은 그 즉시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용서 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

문득 달라이라마님이 계신 다람살라에 가보고 싶어졌다. 인도를 가는 여행자들은 북인도의 아그라의 타지마할, 힌두교의 성지 바라나시 등 유명 관광지를 선호 한다. 특히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최초로 설법한 사르나트(녹야원), 갠지스강이 흐르는 도시로 수많은 순례자들이 모여 드는 3천년 역사의 도시인 바라나시, 미투나상에 대해 마하트마 간디가 “모두 부숴버리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노골적 난교 장면이 가득한 에로틱사원의 도시 카주라호, 델리, 북인도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이자 순백색의 건축물인 타지마할을 보는 여정의 길이다.

일단 안사람과 의논하여 여행 비수기인 5월에 인도 다람살라를 거쳐 인도의 유명한 영화 ‘세얼간이’의 촬영 장소이기도 한 마닐리, 라다크로 스케줄을 잡고 여행계획을 주변에 알리자 따라나서는 지인들이 있다. 최종 확정 된 사람은 세부부와 친구 1명, 그리고 후배 부부도 같이 가기로 해서 9명의 팀이 꾸려졌다.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성자’, 인도 영화 ‘세얼간이’의 결혼식장소인 마날리,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 판공초(Lake Phangong)의 모래톱 장면 등 불현듯 이 길을 가보고 싶어졌다. 라다크로 가는 길은 6월부터 9월말까지 차량들이 통행 할 수 있다고 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 한 길이라고 한다.

6월부터는 라다크를 찾는 관광객들로 그 곳이 많이 붐빈다고 하고, 방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여행시기를 5월 초순부터 하순까지 약 15일 정도를 예상하고 멕레오드 간즈(McLeod Ganj)을 거쳐 마날리로 가면 중순, 이때쯤 길이 열리면 차를 대절해서 라다크로 들어 가고자 했다. 6월을 보름쯤 앞 둔 시기라 길이 열릴 것 이라 생각했다. 라다크로 가는 육로는 마날리에서 레로 가는 길과 스리나가르에서 레로 가는 길이 있는 데, 스리나가르에서 가는 길은 마날리에서 가는 길보다 해발고도가 낮아 고산증의 우려가 적고 도로가 개방되는 기간이 조금 더 길다고 한다. 막연히 그때쯤 되면 육로가 개방 되리라고 생각하고 여정을 확정지었다.

일단 인도행 항공권과 비자를 신청하기로 했다. 항공권은 웹사이트를 통하여 국제선은 중국 동방항공 항공권을 구매하고, 인도내의 국내선은 뉴델리에서 다람살라, 여정의 마지막인 레에서 뉴델리로 구매완료 하고, 나머지 국내이동은 로칼 버스나 택시, 소형버스렌트 등 상황에 맞게 현지에서 결정하며 여행 루트를 체크 했다.

약 16일간의 여정 중 5일은 다람살라에서 보내고, 다음 5일은 고소적응도 할 겸 해서 마날리 그리고 남은 5일은 레에서 보내기로 했다. 항공권을 발권하고 도착 첫날을 보낼 맥레오드 간즈 숙소를 예약 하고, 나머지는 현지에 도착해서 그때 그때 현지 상황에 맞는 숙소를 구할 예정으로 준비를 진행 하던 중 후배 부부가 갑자기 부모님이 위중해서 같이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항상 여행은 변수가 많다. 당초 9명으로 꾸려진 팀에서 두명이 빠진 7명으로 인도로 향했다.

인디라간디국제공항
인디라간디 국제공항.

인천을 출발 하여 상해를 거쳐 인도에는 오전1시경 도착했다. 델리에서 다람살라로 가는 오전7시 항공편을 예약했다. 일반여행객처럼 공항근처의 숙소로 들어가서 잠깐 눈붙이고 다시 공항으로 와서 국내선을 타는 것 보다는 공항내에서 기다렸다가 가는게 번거롭지도 않고, 비용도 절감되고, 그리고 이참에 공항 노숙 경험도 하고 등등 다양한 이유를 들며 일행들에게 장황한 설명과 설득을 했다. 공항 내 국제선 청사에서 국내선으로 이동, 찻집에 들어가서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수십명의 승객들이 저마다의 모습과 이유로 노숙을 하고 있는 뉴델리 국내선 공항에 동이 텄다. 다람살라행 비행기에 탑승하여 1시간 반쯤 비행 끝에 이른 아침 다람살라공항에 도착하였다. 시골 간이 공항에는 많은 이들이 북적인다. 작은 수십인승 비행기의 승객들을 위하여 호객꾼들의 소란으로 시장 터 같다. 짐을 찾고 조금은 떨어져 한바탕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난 후 우리 일행은 어느 공항이나 있음직한 셔틀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이곳에서 다람 살라로 가기 위한 교통은 오직 택시뿐이었다. 정류장에 늘어선 택시 두대와 흥정하여 맥레오드 간즈의 숙소까지 가기로 했다. 좁은 시골길을 곡예하 듯 달려간다.
 

맥레오드간즈골목길
보행자들을 칠 것처럼 좁은 맥레오드 간즈 골목길.

 
맥레오드간즈전경
맥레오드 간즈 전경.

공항을 벗어나 삼십여분쯤 가니 어느덧 다람살라 시내를 지나 언덕을 차고 올라가며 곧 부산한 맥레오드 간즈의 골목길에 들어선다. 교행은 애초부터 불가하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칠 듯한 좁은 골목길에 온갖 노점과 상점이 혼재한 길을 지나 중앙광장에 이른다. 중앙광장이라야 백여평도 되지 않을 곳인데 5개의 길이 교차하는 곳이라 대형차가 지나가면 금방 차량들이 밀려 십여분씩 정체 된다. 다행히 해발고도가 높아 기온은 선선하여 좁은 차안에서 짐을 안고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중앙광장을 지나 다람콧 마을로 올라가는 길 중간의 숙소에 다다랐다. 인터넷을 통하여 그림으로 보던 숙소는 혹시나 하고 기대를 가질만 했는데, 실제로 보니 역시나 좀 실망스럽다. 몇 날을 검색하고 고른 숙소인데 속으로는 실망스럽지만 일행들에게는 좋은 전망의 숙소라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일행에게 제공된 숙소 중 가장 윗쪽에 배정 된 방으로 정하고 안사람과 짐을 들고 비탈을 십여미터 올라 짐을 풀었다.

<여행칼럼니스트> 

이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여행칼럼니스트 박윤수씨가 본지에 연재를 마쳤거나 연재 중인 파키스탄, 중국, 인도 여행기를 묶은 ‘구름나그네의 길따라 자유여행’(2019 도서출판 애드킨)을 출간했다. 이 책은 ‘구름나그네의 38일간 남미 자유여행’(2015 도서출판 애드킨)에 이은 저자의 두번째 여행 저서이다. 출판기념회는 오는 19일 서울 서초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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