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강언덕에
소풍 나온 요정들이
살얼음 보자기에
햇볕을 곱게 싸서
봄 되면 풀어보라고
빈 가지에
매단
선물
◇서태수= ‘시조문학’ 천료, ‘문학도시’ 수필,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낙동강 연작시조집 ‘강이 쓰는 시’ 외, 평론집 ‘작가 속마음 엿보기’, 낙동강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외.
<해설> 앙증스런 매화 꽃봉오리를 앙증스럽게 담았다. 엄동에도 눈에 띄게 점점 부풀어 가고 있는 매화 꽃봉오리다. 살얼음 보자기라니! 요정들의 소꿉놀이에 아무리 추워도 보자기 속의 꽃봉오리는 따뜻하겠다.
이제는 겨우내 메마른 가지에 매달렸던 선물 보따리에도 봄기운이 감도는 햇살이다. 양지바른 언덕에서는 성미 급한 마음들이 하마 살얼음 보자기를 하나 둘 풀고 있다. 추위를 견딘 만큼 향기도 짙어 부지런한 꿀벌들이 수줍은 꽃잎을 헤집으며 속살을 보여달라고 끈질기게 보챈다. 봄은 선물이 참 많은 계절이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