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벨기에 입양 자매 47년만에 만났다, "엄마, 보고 싶어요"
미국ㆍ벨기에 입양 자매 47년만에 만났다, "엄마, 보고 싶어요"
  • 강나리
  • 승인 2019.02.1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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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이라도 좋으니 친부모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과거 대구의 철도역에 버려져 각각 다른 나라로 입양된 자매가 47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주인공은 미국인 언니 크리스틴 페늘(Christine Pennell·50) 씨와 벨기에 국적의 동생 킴 헬렌(Kim Haelen·48) 씨다.

동생 킴 씨가 보육원에서 찍은 사진. 오른쪽 하단 사진은 킴 씨의 현재 모습. 킴 헬렌 씨 제공
동생 킴 씨가 보육원에서 찍은 사진. 오른쪽 하단 사진은 킴 씨의 현재 모습. 킴 헬렌 씨 제공

 

18일 오전 11시 대구역 매표소 앞. 크리스틴 씨와 킴 씨가 환한 미소로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윽고 둘은 팔짱을 낀 채 역사 곳곳을 두리번거렸다.
대구역 광장은 두 자매의 아픔이 서린 장소다. 언니 크리스틴 씨는 세 살 때인 1971년 11월 3일 대구 동구 반야월역에 버려졌고, 동생은 생후 두 달여 만인 71년 12월 3일 대구역 광장에 버려졌다.

언니는 일심원에, 동생은 백백합보육원에 잠시 머무르다 이듬해인 72년 미국과 벨기에로 입양돼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왔다.
자매는 현지인과 결혼해 각각 아이 셋을 낳고 워킹맘으로 생활했다. 현재 언니는 법률사무소에서, 동생은 심신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교육자로 일하고 있다.

언니 크리스틴 씨가 보육원에서 찍은 사진. 강나리기자
언니 크리스틴 씨가 보육원에서 찍은 사진. 강나리기자

 

그러던 중 둘에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개인적인 이유로 각각 유전자 검사를 했다가 검사 업체로부터 "유전 정보가 100% 일치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것. 신장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간 동생 킴 씨는 유전자 검사를 했고, 앞서 언니 크리스틴 씨가 혈육을 찾기 위해 미국 헤리티지재단에 유전자 정보를 등록해두면서 친자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언니는 지난달 말께 검사 결과를 통보받자마자 바다 건너 벨기에에 살고 있는 동생과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크리스틴 씨는 "서로의 얼굴 생김새가 닮아서 깜짝 놀랐다. 생선을 싫어하는 식성도, 춤이라는 취미 활동도 똑같아서 정말 신기했다"고 말했다.

자매는 지난 16일 대구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 3일간 함께 시간을 보낸 둘은 18일 오전 대구역을 찾아 희미한 기억을 더듬었다. 자매는 역사에서 진행하는 대구의 옛 모습 사진전을 감상하고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자매의 소원은 한국에 있을 친부모를 찾는 것이다. 부모님 중 누구를 닮았는지, 한국 이름은 무엇인지, 또 진짜 생일은 언제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크리스틴 씨는 "우리는 단 한번도 부모님을 원망한 적이 없다. 당시 부모님께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거라 이해한다"며 "부모님께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보살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자매의 부모이거나 이들의 가족에 대해 알고 있다면 대구지방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053-804-3455)으로 연락하면 된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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