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사로잡은 ‘영주대장간 호미’
미국을 사로잡은 ‘영주대장간 호미’
  • 김교윤
  • 승인 2019.02.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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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석노기씨, 52년째 명맥 이어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서
원예부문‘톱’… 수천 개 팔려
외국인 “혁명적 용품” 극찬
영주대장간 석노기씨
석노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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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노기 대표가 호미를 제작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쇼핑 사이트 ‘아마존’에서 한국산 농기구 ‘영주대장간 호미(YongjuDaejanggan ho-mi)’가 ‘대박’ 행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주대장간은 경북도가 지정하는 ‘향토뿌리기업’과 ‘산업유산’에 동시 지정된 곳이다.

휴천3동 기관차승무사무소 뒤편에 자리잡은 지역서 마지막 남은 영주대장간(대표 석노기·65)은 대장간이란 이름에 걸맞게 입구부터 발 디딜 틈 없이 각종 농기구와 연장들이 즐비해 오랜 역사를 알 수 있다.

대장간 주인 석노기씨는 14살 어린 나이에 대장간과 인연을 맺기 시작해 올해로 52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그는 “일이 고된데다 수입이 적어 뒤를 이을 후계가 없다. 영주대장간이 없어지면 우리나라 대장이도 사라진다”며 후계를 키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영주에서 53년째 낫을 만드는 석씨는 지난해 ‘경북도 최고장인(匠人)’에 선정됐지만, 그의 일상은 달라진 게 없었다. 호미와 낫의 가격도 하나에 4천원에 불과했다.

그랬던 그의 호미가 아마존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작년 미국 온라인 쇼핑 사이트 ‘아마존’에서 한국산 농기구 ‘영주대장간 호미(YongjuDaejanggan ho-mi)’가 대 히트를 쳤다.

국내에서 4천원 가량인 호미는 14.95~25달러(1만6천원~2만8천원)로 국내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지만, ‘가드닝(gardening·원예)’ 부문 톱10에 오르며 2천개 이상 팔렸다. 호미에는 ’영주대장간, 코리안 스타일 호미‘라고 적혀있다. ㄱ자로 꺾어진 ’호미‘는 손삽만 쓰던 외국인들에게는 ’혁명적 원예용품‘이었다. ‘호미 쓰기 전에는 정원을 어찌 가꿨는지 의문’ ‘덤불 베는데 최고’라는 구매평이 쏟아졌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석 대표는 1968년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매형이 하는 대장간에 들어가 의식주를 해결했다. 2년 뒤 ‘큰 물에서 대장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홀홀단신 공주에 있는 한 대장간에 들어가 눈칫밥을 먹었다.

1973년, 공주의 대장간에서 3년 간 호미·조선낫 등을 만드는 기술을 연마하고 나온 석 대표는 경북 영주로 내려와 지금 자리에 ‘영주대장간’문패를 달았다.

산간지역인 영주에서 각종 농기구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23세 청년의 예측은 적중했다. 5평으로 시작한 영주대장간은 수완 좋은 청년의 패기로 매년 크기를 키워갔다.

호미를 만들 때도 도라지 캐는 용·밭 매는 용·안동에서 쓰는 호미 등 용도별·지역별로 종류를 다양화했다. 여전히 영주대장간에서는 5가지의 호미를 생산하고 있다.

풍파를 버텨 생존해 온 영주대장간 농기구는 농촌에선 ‘명품’으로 알려져있다. 강원도 산골부터 부산 해운대까지 전국 곳곳에서 이곳 제품만 찾는 철물점도 수두룩하다.

이제 이곳 호미는 2013년부터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오스트리아, 호주 등 세계 곳곳에도 진출한다.

현재 영주대장간에는 70대 노인 세 명이 비상근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 매일 출근해 망치질을 하는 사람은 석 대표 뿐이다. 주문이 밀려와도 일할 사람이 없어 소화를 못하는 지경이다.

현재 영주대장간의 연매출은 국내 최고 수준인 6천만~7천만원이다. 석 장인은 “월 400만~500만원을 내 손으로 버는데, 남들이 보면 별로 큰 돈이 아니더라도 이 나이에 내가 일군다는 느낌이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주=김교윤기자 kk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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