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를 내어보고
폼을 잡고
허세를 부려보고 싶었다
그림에서 시에서 익숙한
한번쯤 보았던 단어
무엇을 알리려 함 일까
생각 끝에 따라오는 의구심
알지 못하는 들풀 한 포기
묻고 찾아보면 알 수 있듯
알아란 뜻일까
없음이니 몰라도 된다는 것인지
밤바다에 갈바람 비추는 불빛 보며
젖은 눈으로 앞을 보며
몰라도 되지 않을까
보이지 않음이 없다는 아닐 터
풀섶 사이 핀 작은 빛
느끼는 만큼은 내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밤
◇정을숙= 1966년 경상남도 마산 출생.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으로 문학 활동 시작.
시민문학 기획위원, 낙동강문학 편집인 역임.
한국시민문학협회 부회장. 시집 ‘내 마음이 고장 났다’ 등.
<해설> 자유롭게 살아도 힘들고 자유롭게 살지 않아도 힘들었다. 다치지 않게 에둘러 마주보며 설레다 희미해진 내 소개란을 채웠던 결심과 아픈 말들이 피곤에 절었다. 어쩔 수 없는 것투성이인 삶 속에서 서로 믿고 의지하고 눈빛만 봐도 안심이 되는 붙잡을 손 하나 없어 야트막하게 찰랑이는 밤바다에 갈바람이 풀어 날린다. 흐리든 맑든 어느 날도 좋은 날 슬그머니 잠에서 깨면 뭘 주어서가 아니라 많이 주고 싶은 풀섶 사이 핀 작은 빛 되어 변해가는 내 곁에 변함없이 있을 들풀 한 포기 찾아야겠다. 들바람 거스르고도 충분히 아름다운 무명의 풀 한 포기. 유난히 별이 총총 떠 있는 밤 형언할 수 없는 평온함이 이마 위를 적셔오면 나의 두 손을 그대 양 볼에 대면서 말할 것이다. 아무리 빛을 더하려고 바둥바둥 대며 해도해도 끝이 없지만 그 중간 어딘가에 적당한 좌표를 찾고 이젠 긴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정원은 어디에, 막연하게 낯선 곳, 조금이라도 먼 곳으로, 대책 없이 역마살이 발동하는 창조적 도약의 재료 순전한 즐거움. 어설프고 촌스러워도 익숙해져 내 것이 된 쓸데없는 것들을 계속 지켜나가는 용기,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