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DNA 없다’던 文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찰 DNA 없다’던 文 정부의 블랙리스트
  • 승인 2019.02.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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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한다. 환경부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일부 산하기관 임원들에 대해 표적 감사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 수사관이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을 때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고 했다. 그런 청와대가 이젠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한다.

그저께 검찰은 환경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감사관실 컴퓨터의 ‘장관 보고용 폴더’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폴더에서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이란 제목의 문건 등이 나왔다 한다. 문건에는 사표를 거부하는 산하기관 임원의 업무 추진비 사용내역 등을 감사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고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지난 정권 때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을 찍어내고 이 자리에 10여명을 낙하산 인사를 한 전형적인 블랙리스트이다.

지난해 김태우 전 수사관은 “청와대 특검반이 330개 공공기관장과 감사들의 재직 유무·임기 등을 엑셀 파일로 정리했다”고 폭로했다.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이 이 리스트를 두고 ‘현 정부 인사들을 위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며 사실상 표적 감사를 지시했다는 것이 김 전 수사관의 말이다. 당시 청와대는 정부에는 ‘사찰 DNA 없다’고 했다. 환경부는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항 등이 장·차관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폭력”이라고 하면서 “다음 정부는 절대 그런 못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박근혜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장차관급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한 문재인 정부가 특정 인물들을 배제하기 위해 비슷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면 결코 예사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상부의 어떤 지시가 없이 김 전 장관 선에서 단독으로 민간인 사찰과 인적 청산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와대는 ‘드릴 말씀이 없다’거나 ‘모르는 일’, ‘답변을 갖고 있지 않다’는 등으로 얼버무리려 해서는 안 된다.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갖다 댔던 것과 같은 잣대를 환경부의 블랙리스트에도 적용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철저한 수사로 제기된 의혹을 밝히고 그것이 안 되면 특검이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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