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갤러리 공동 개인전… 평면과 입체 공존하는 부부의 예술세계
021 갤러리 공동 개인전… 평면과 입체 공존하는 부부의 예술세계
  • 황인옥
  • 승인 2019.02.19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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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스, 브론즈·나무 오브제
“자연적, 인위적에 질문 던져”
정보영, 한지 수묵추상 20점
나무 형상 반복적으로 구현
정보영-엠마뉴엘울프스
정보영(왼쪽)과 엠마뉴엘 울프스 공동개인전이 021갤러리에서 3월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둘 이상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한 사람의 그것보다 더 견고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확률적으로는 후자가 견고할 가능성은 높다. 하나의 인간을 하나의 우주에 대입할 때, 여러 우주가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 더 풍요롭고 견고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를 예술에 적용해도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적어도 엠마뉴엘 울프스와 정보영의 공동작업에는 동일하게 적용해도 무방하다. 같은 시기에 영국 런던 왕립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작업에서도 협업을 시도하며 성공적으로 예술세계를 확장해가고, 급기야 부부의 인연까지 맺었으니 말이다.

“공동작업에서는 각자의 색과는 또다른 세계가 만들어져요. 두 사람이 서로가 관심있는 분야를 공유하며 질문하고 변화시키며 밀도를 더하기 때문이겠죠.” (정보영)

두 자녀와 함께 대구에 온 엠마뉴엘 울프스와 정보영을 전시 오프닝일인 지난 13일 021갤러리(대구 수성구 두산위브더제니스 상가 2층)에서 만났다. 두 작가는 021갤러리에서 ‘정보영 : 비커밍, 엠마뉴엘 울프스 : 불가능한 나무들’이라는 제목의 공동 개인전을 최근에 시작했다. 전시에는 정보영이 수묵추상 20여점을, 울프스가 브론즈 및 나무 오브제 10여점을 내놓았다.

인터뷰는 부인 정보영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남편 울프스가 부연설명을 곁들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어 인터뷰였던 측면도 있지만 둘 중 누가 작품 설명을 해도 무리없는 전달이 가능한 배경이 있었다. 두 작가는 10여년간 공동작업을 해왔고, 개별 작업 역시 공동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서로의 작품을 뼛속까지 이해하고 있다는 것. “공동 작업의 연장선에서 최근 몇년 전부터 각자의 작업을 시작했어요.” (정보영)

울프스와 정보영은 런던 왕립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벨기에에서 ‘WOLFS + JUNG’이라는 듀오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공동으로 컨템포러리 디자인 분야에서 조소적인 오브제와 개념적 가구작업을 발표해왔다. 듀오로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등 국제 페어에 참여한 것은 물론 홍콩의 M+ 뮤지엄 파빌리언, 런던의 사치갤러리, 독일 쾰른의 아만갤러리 등에서 전시도 가졌다. 울프스는 현재 국민대 공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울프스의 입체작업은 ‘나무껍질’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WOLFS + JUNG’ 시기 공동작업의 흐름 속에 있다. 작품은 나무껍질들이 의자의 지지대나 달항아리의 표면을 덮고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표면을 덮은 나무껍질의 형태나 방향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다. 서로 다른 나무에서 채집한 수백 개의 나무껍질 조각들을 이어 붙여 제작된 원본을 브론즈로 주조해 만들어졌기 때문. 완벽히 자연적이지도, 그렇다고 인위적이지도 않다는 이야기다.

엠마뉴엘 울프스_Moon
엠마뉴엘 울프스 작 ‘Moon Tree’


“작품은 오늘날 생명공학의 발전과 인간의 자연조작이 증가되고 있는 현재 함께 변화되고 있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시사하며, 우리가 ‘자연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고 있어요.” (울프스)

정보영의 전시작은 한지와 먹으로 표현한 수묵추상 평면이다. 공동작업에서 표현했던 입체가 평면으로 변화했다. 작가가 “한지와 먹을 사용한다고 해서 동양성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고 선부터 그었다. “내면적인 주제를 추상성으로 표현할 재료를 찾다가 발견한 것이 한지와 먹이었을 뿐, 동양성과는 무관해요.”

정보영_1
정보영 작 ‘Becoming’


정보영의 작품은 추상적이다. 나무의 나이테나 점과 선과 면의 반복적인 제스쳐로 추상성을 확보했다. 자연의 상징인 나무를 소재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질문을 던진다는 측면은 공동작업과 다르지 않지만 좀더 내밀하게 주제를 파고든다는 점에서 공동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그녀는 존재의 유기적 형성과정과 성장의 주기적 흐름을 붓이 만드는 선과 면으로 반향시키며 예술적 주제를 시각화했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즉흥적으로 작업하다 보니 입체에서는 할 수 없었던 추상표현들이 나왔어요. 그 추상에는 현실과 관념, 구상과 비구상의 공존이 있죠.”(정보영)

개별이거나 공동이거나, 작업의 방향성은 하나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기에 앞서 ‘내가 하는 작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는 것. 작업은 인권, 여성, 자연과 인간의 관계 등 일상에서 의식을 건드리는 주제가 생겼을 때 가장 적합한 물성을 찾아 시각적 질문으로 치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개별 작업은 각자의 표현방법에 집중하면 그만이지만 공동작업은 단순하지 않다. 치열한 의견조율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정보영이 “부부여서 서로의 예술에 대해 더 냉정하게 비판하며 작업한다”며 싱긋 웃었다.

“누군가가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하지만 토론과정을 거치면서 변화하고 심화하게 되죠. 서로가 영감과 자극을 주고받으며 예술으로 성장한다고 할까요?”(울프스) 전시는 3월 29일까지. 053-743-0217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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