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미달 눈 감고 점수 조작
임직원 자녀·친인척에 특혜
현직 288명 수사의뢰·징계
대구 경북대병원 등 3곳 포함
경북대병원은 2014년 2월 채용에서 의료관련 자격증이 없어 응시자격 조차 없는 직원들의 자매, 조카, 자녀에게 응시자격을 임의로 부여하고 최종 합격시켰다가 적발됐다.
20일 정부가 공개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 수사의뢰 된 채용비리 사례다. 정부는 부정청탁·부당지시, 친인척 특혜 등 비리혐의가 짙은 36건(31개 기관)에 대해서는 수사의뢰하고, 채용 과정상 중대·반복 과실 및 착오 등 146건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했으며, 업무부주의 사안 2천452건에 대해서는 제도개선, 주의·경고 조치했다. 수사의뢰 또는 징계대상에 포함된 현직 임직원은 총 288명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을 계기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추진단’을 발족해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약 3개월간 전 공공기관 채용실태에 대한 정기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이날 결과와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총 1천205개 기관(333개 공공기관, 634개 지방공공기관, 238개 기타공직유관단체)의 2017년 특별점검 후 실시한 신규채용과 최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정규직 전환이 조사대상으로, 정규직 전환과 친인척 특혜 채용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특히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둔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기간제 이외 파견직·용역직 근로자의 최초 채용의 적정성도 함께 조사했다.
대구지역에서 수사의뢰 된 사례는 △경북대병원이 2013년 6월 결격사유(시력)가 있는 청원경찰 응시자를 그 모친의 청탁을 받고 채용한 사례 등 2건 △경북대치과병원이 2017년 10월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하루 전 서류평가 기준을 임의로 새로 만들어 적용한 사례 △대구문화재단이 2016년 3월 정규직 채용시 필기시험 후 일부 필기응시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합격자 선정기준을 변경시행, 결국 합격자가 바뀐 사례 등 4건이다.
이밖에 주요 사례를 보면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2월 간부 지시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아닌 비(非)상시업무 종사자 3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국토정보공사는 2016년 3월 직원 자녀를 당초 자격 미달로 불합격 처리했다가 같은 해 5월 자격 미달자임을 알면서도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합격시켰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는 2017년 5월 용역업체 관리를 총괄하는 소장이 본인이 관리하는 용역업체에 본인 동생과 지인을 채용하도록 청탁했으며 채용된 동생과 지인이 지난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적발됐다.
전남테크노파크는 지난해 10월 임원 자녀가 서류전형 및 필기시험에서 2위였지만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줘 1위로 최종 합격시켰고, 한국기계연구원은 2016년 4월 정규직 채용 시험에서 합격자 추천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기관 가운데 근로복지공단·경북대병원·강원대병원은 각 2건 적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 원자력연구원, 전북대병원, 경북대치과병원, 한국국방연구원, 전쟁기념사업회, 한국건설관리공사, 부한항보안공사 등은 1건씩 적발됐다.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의료원, 여주세종문화재단, 양평공사, 속초의료원, 홍천문화재단, 정선군시설관리공단, 대구문화재단, 한국교직원공제회, 인천대, 한국해사위험물검사원, 부산광역시체육회, 대전광역시체육회, 울산광역시체육회 등도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채용 비리 적발과 관련해 징계요구가 이뤄진 기관도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조폐공사, 한국가스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연구원 등 112곳(수사의뢰 대상 기관과 중복된 경우도 포함)에 달한다.
징계요구 대상 공공기관 50곳 가운데 부처별로 교육부 산하기관이 14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국토교통부(9곳), 보건복지부(4곳), 중소벤처기업부·환경부(3건) 순으로 많았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적발된 비리 연루자 등은 엄중하게 제재하고, 채용비리 피해자는 최대한 구제한다는 원칙하에 철저하고 신속하게 후속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2017년 10월에도 채용비리 특별점검이 이뤄진 적이 있었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전수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교통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5개 기관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대억기자 cde@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