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위너와 파이널리스트
[문화칼럼] 위너와 파이널리스트
  • 승인 2019.02.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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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라파우 블레하츠(Rafał Blechacz), 그는 2005년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과 더불어 최고의 마주르카상, 폴로네이즈상 그리고 콘체르토상과 소나타상 까지 콩쿠르 전 부문을 석권했다. 이는 라파우가 최초였다. 콩쿠르 당시 ‘피아노를 잘 친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 주었다’는 평을 받은 그를 두고 모 심사위원은 “블레하츠가 다른 파이널리스트들과 너무 차원이 다르게 우수해서 그 누구에게도 2위를 수여할 수 가 없었다”고 했다. 우리 한국의 임동민, 임동혁 형제가 2위없이 공동 3위를 수상하였다.

정석적인 연주, 대단히 깔끔한 음악을 펼친다는 평을 받는 30대 중반의 블레하츠는 연주 커리어를 늘리기 보다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진다. 년 40회(보통의 연주자에게는 이것도 아주 많은 횟수지만정도로 연주를 제한하고, 연습과 작품 분석에 많은 시간을 쓰며 피아니스트로서의 내면을 채워 나가고 있다. 철학과 미학 등 인문학적 힘을 키우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젊은 선두주자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며 또한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이코프스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3대 음악콩쿠르 중 하나인 쇼팽콩쿠르는 다른 두 대회와 달리 피아노만 다루는데 이 대회의 역사와 위대한 피아니스트의 역사가 일치한다고 할 정도다. 특히나 2015 대회 우승자 조성진으로 인해 우리에게 더 큰 관심을 받는 콩쿠르다. 쇼팽콩쿠르는 예선, 본선을 거치는 동안 참가자들은 약 40여곡에 이르는 방대한 곡을 소화해야하는 대회다.

최근 콩쿠르에 출전한 젊은 음악가들의 모습을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듯 그린 영화 ‘파이널리스트’가 우리의 감성을 조용히 건드린다. 2015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본선진출자 12명의 8일간의 기록이다. 김봄소리를 비롯한 우승자 임지영, 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종신 악장인 이지윤 등 세 명의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이지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영화는 콩쿠르에 출전한 젊은 음악가들이 어떤 지난한 시간을 보내는지 높낮이 없이 비추고 있다.

벨기에는 자국에서 열린 1,2회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당시 소련이 연달아 우승하자 ‘퀸엘리자베스 뮤직 샤펠’을 설립해서 절치부심한다. 파이널리스트는 바로 이 샤펠에 갇혀서(?) 본선을 준비한다. 외부 출입이 금지되며 휴대폰, 노트북 등을 반납한 채 자유곡과 새롭게 받은 본선 과제곡을 8일간 준비하게 된다. 하루 10시간 이상 마지막 에너지까지 짜내며 이들은 음악에 몰두한다. 또는 메트로놈에만 의지한 채 극한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과제곡에 몰두한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 때, 음악을 위해 초집중하는 청춘들의 모습이 더없이 아름답다.

그리고 이 영화에 비친 대구출신의 김봄소리의 모습은 특히나 반갑다. 2015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는 파이널리스트에 그쳤지만 그는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별명답게 또 하나의 세계적 콩쿠르인 2013 독일 ARD 콩쿠르에서 이미 우승한 바 있다. 이처럼 큰 대회에서는 과거 우승자라 였다 하더라도 늘 상 우승을 보장할 수는 없다. 그들의 실력차이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다. 메이저 콩쿠르의 본선에 오른 사람들의 실력은 이미 연주자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봐야한다. 이런 뛰어난 젊은 음악가들이 콩쿠르를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가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콩쿠르 무용론을 말하지만 이런 대회가 젊은 아티스트의 성공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어도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휴식기에 블레하츠는 TV로 중계된 2016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콩쿠르를 지켜보게 되었다. 1위보다 탁월했다는 평을 받은 2위 입상자 김봄소리야 말로 자신이 찾던 실내악 파트너라고 직감했다. 이로서 두 사람은 음반을 내고 콘서트를 이어가게 된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월드투어 듀오 리사이틀은 바로 내일(2월 22일) 수성아트피아에서 만날 수 있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는 라파우는 최근 레퍼토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음악회에서도 바이올린과 협연이지만 모차르트, 포레 그리고 드뷔시, 시마노프스키 등을 선택한 것은 눈여겨 볼 점이다. 특히 피아노와 바이올린에서 일가를 이룬 두 음악가가 서로의 소리를 듣고 음악적 대화를 어떻게 나눌지 매우 기대된다.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지만 피아노 반주에 의한 바이올린 독주가 아니라 ‘협연’이라는 것을 우리는 목격 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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