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에 황폐해진 조선을 다시 세운 힘 ‘일거리 나누기’
왜란에 황폐해진 조선을 다시 세운 힘 ‘일거리 나누기’
  • 이대영
  • 승인 2019.02.20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자리, 국가·사회 존폐의 관건
일자리 창출은 국정의 피벗기어
경제·복지·문화 등 맞물려 돌아가
“일자리 없는 백성은 들짐승 신세”
기원전 150년경 대신들도 경고
독일 속담 ‘일이 사람을 만든다’
맹자·스티브 잡스·마틴 루터 킹 등
세계 유명인들도 직업의식 강조
“일이 그대에게 안식을 주리라”
신택리지-볼링
일자리는 국정의 킹핀(kingpin). 한방에 끝내는 볼링의 킹핀 강타전략(kingpin striking strategy)이 필요하다. 그림 이대영

 

이대영의 신 대구 택리지 (8)결국은 일자리다

◇일자리 열쇠구멍(key hole)으로 민생복리가 보인다

국가나 지역사회 존폐의 관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자리다. 일자리는 백성들에게 일용할 양식이다.

지금부터 1천600년 전 중국 은(殷) 탕왕(湯王)은 “백성들이 먹고살기가 어렵다는 건 나의 실책이지 백성들의 죄는 아니다. 죄가 된다면 내게 있다(朕躬有罪,無以萬方, 萬方有罪,罪在朕躬)”고 대국민사과문(罪己詔)을 발표했다. 표현은 달라도 ‘국가는 민생에 좌우되고, 경제가 살아나자면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民惟邦本, 本固邦寧,食爲民天).’ 세종실록에서도 ‘각종 민생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자리 만들기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의정부가 세종에게 직소했다.

기원전 150년경 전한(前漢)의 조착(晁錯, BC 200~154)이란 대신은 국왕에게 올린 상소문(論貴粟疏)에서 ‘일자리가 없으면 백성은 떠돌이가 되고, 정착하지 않으면 결혼이나 출산과 같은 가정을 지킬 수 없으며, 마음마저 갈피를 잡지 못하니 들짐승이나 새처럼 되어 버린다’고 경고했다.

일자리창출은 경제, 복지, 문화예술, 학문 등의 모든 국정을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피벗기어(pivot gear)와 같다. 그 영향력은 위에 아래로 물이 흘려가는 것(趨利如水走下)과 같이 순리적이다. 일자리가 마련돼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대했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까지 낸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말을 빌리면 ‘일자리는 국정의 킹핀(kingpin)이다. 한방에 끝내려면 킹핀을 강타하라’는 속칭 킹핀 강타전략(kingpin striking strategy)이다.

1592년부터 7년 간 임진왜란을 당하고, 1636년 병자호란까지 국란을 당한 조선은 국토의 70% 정도가 황폐했고, 젊은이들은 전쟁에서 다 죽었으며, 먹을 것도 없는데다가 몸은 각종전쟁 질병으로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국가에서는 진황육조(賑荒六條)라는 불황타개책을 추진했다. 당시 공공일자리정책은 권분(勸分, all-sharing)이었다. 대표적으로 두레, 품앗이, 텃밭 가꾸기(home gardening)라는 일거리 나누기(job sharing)이다. 다른 한편으로 기아해결과 화합을 도모하는 모듬밥(potluck party), 비빔밥, 자갈탕(stone soup) 혹은 거지탕 등의 탕평채(蕩平菜)라고 했던 먹거리나누기(food sharing)였다.

오늘날 용어로 전 국민의 외상후스트레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를 극복하고자 작업요법(work therapy)에 해당하는 텃밭 가꾸기(Gartenarbeit)를 추진했다. 물론 이 방법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는 물론 미국과 영국도 ‘홈가드닝(home gardening)’이란 이름 범국민운동으로 추진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IMF외환 위기이후 변형된 숲 가꾸기, 도시농업, 정원채소 가꾸기를 통해서 아픔을 잊어갔다.

◇미래먹거리, 오늘날 우리의 손 안에 있어요

지난 1월 31일 미세먼지가 나쁨을 기록하고 있는 날, 칠곡 KT(한국통신)빌딩 앞에서 국립국어원이 명명한 ‘밥풀과자’를 내놓고 설날명절 제수품(祭需品)으로 팔고 계시던 60대 할아버지께서 “장사가 안 된다”고 푸념을 했다.

일전에 팔공산 모 식당에서는 40분 이상 기다렸다가 겨우 주문하고 또다시 30분을 더 기다렸다가 빈자리가 생겨 점심 한 끼를 감지덕지로 사먹었다. 달포 전에 달성군 가창호(댐) 인근 프랑스어로 ‘숲에서 어느 곳’이라는 분위기 좋은 한 카페에서도 커피 한잔 마시자고 2시간을 넘게 줄을 섰다. 이렇게 소비자가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곳이 있는데 장사 안 된다고 푸념하는 곳도 있다.

서문시장에서 옷장사하는 한 친구는 ‘문재인 불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에선 자식들이 주문한 옷과 다른 제품들이 거의 매일 택배로 배달되고 있다. 두 아들 녀석들은 장가는 안 가도 온갖 잡동사니 제품으로 한 방 가득 창고를 차렸다.

◇먼저 인간에게 일자리란 뭘까?

인간에게 일이란 뭘까? 가장 간명하게 말하면 독일 속담 ‘일이 사람을 만든다(Arbeit macht menshen)’가 있다. 폴란드 오시비엥침의 ‘5월의 해변(May Beach)’이란 의미의 독일어 아우슈비츠(Auschwitz) 수용소 정문에 ‘일은 그대들을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라는 달콤한 슬로건이 있다. 이 슬로건으로 독일은 유태인과 정치적 저항자를 대학살하는 끔직한 일을 저질렀다.

뒤집어 말하면 일은 목숨과도 맞바꿀 정도로 소중하다. 당나라 백장산(百丈山) 백장선사(百丈禪師, AD 720~814)는 ‘하루를 일하지 않으면 하루를 먹지 말라(一日不作, 一日不食)’고 했다. 즉 일하는 것 그 자체가 수련이다. 같은 맥락에서 맹자도 ‘늘 안정된 일을 하지 않으면 안정된 마음을 가질 수 없고(無恒産, 無恒心), 안정된 마음을 갖지 않으면 각종범죄에 빠져들게 된다. 그렇다고 처벌한다면 이는 백성을 물고기처럼 그물질하는 것이다”고 했다.

2005년 6월 12일 애플사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는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졸업식에 유명인사로 축사를 했다. 축사의 요지는 “어렸을 땐 햄버그 가게 아르바이트자리를 구한 것도 행운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서 일해야 한다. 찾지 못 했다면 계속 찾도록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였다.

선교사 엘리자베스 엘리엇(Elizabeth Elliot, 1926~2015)도 “일이란 축복이다. 인간은 일이 필요하도록 그렇게 만들어졌노라. 그래서 우리에겐 일하는 손과 입을 주었으니. 논다는 건 즐거울지는 몰라도 아무것도 얻는 게 없다. 일을 끝내는 대가로 즐거움과 안식을 주리라. 배고팠고, 목말랐던 경험을 회상하며 즐겁게 먹고 사시게 되리라” 라고 일을 찬미했다.

미국인들이 칭송하고 존경하는 마르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1929~1968) 목사는 “모든 사람에겐 태어난 목적이 부름을 받는 일이고, 천직을 발견해서 최선을 다하는 소임이 있다”고 했다. “당신이 환경미화원이라면 미켈란젤로가 그림을 그리고, 베토벤이 교향곡을 작곡하며, 셰익스피어가 시를 쓰듯이 청소를 하면 천직이다. 당신이 타고난 능력을 다하여 거리를 청결하게 꾸밀 때 천국과 지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성심으로 한 청소부가 여기 살았노라’고 칭송할 것이다”라며 소명의식을 강조했다.

걸프전 영웅 콜린 루터 파월(Colin Luther Powell, 1937년)은 “모든 일은 나름대로 가치를 갖는다. 어떤 일이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1950년 그는 뉴욕의 빈민촌 할렘(Harlem)에서 태어 부자촌 브롱크스(Bronx)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는 걸 꿈으로 생각했다. 매일 전미(全美) 트럭운전사 조합인 팀스터스 홀(Teamsters Union Hall)로 출근했다. 마침 펩시콜라공장에서 바닥청소원 1명 구인소식을 들었다. 서슴지 않고 지원해 최선을 다했다. 명년 여름의 채용도 약속받고 연락처를 남겼다. 다음해 음료주입기 담당과 끝날 무렵엔 음료 주입 팀 부총무로, 그렇게 걸프전(Gulf War) 영웅, 국무장관 그리고 합동참모본부 의장까지 최선을 다했다.

관련기사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