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단과 기러기 - 꿈을 가지고 우리 함께
흥사단과 기러기 - 꿈을 가지고 우리 함께
  • 승인 2019.02.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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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일제강점기로부터 우리나라가 독립하는데 큰 역할을 한 흥사단(興士團)의 단기(團旗)에 왜 기러기가 들어가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깃발은 그 나라나 단체가 지향하는 바 목적이나 방향이 고스란히 담기는 최고의 상징물입니다.

1913년 5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주도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성된 흥사단은 무실(務實)· 역행(力行)· 충의(忠義)· 용감(勇敢)의 4대 정신을 적극 실천하여 스스로 힘을 기르자는 단체로서, 처음에는 8도를 대표하는 청년들을 포함한 25인의 발기인으로 발족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매우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내외에 지부를 설립하여 실력 함양 운동에 힘썼습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도 흥사단은 민족통일 운동, 투명사회 운동, 교육 운동, 독립유공자 후손돕기 운동, 공명선거 운동, 우리 땅 독도 지키기 운동 등 여러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흥사단 깃발에 어떠한 의미로 기러기가 들어가 있는지 궁금하여 조사해 보았더니, 가장 큰 이유는 위로 향하고 있는 기러기의 모습이 흥사단(興士團)의 가운데 글자인 ‘사(士)’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다음은 朱耀翰(1900~1979) 편저 ‘증보판 安島山全書’에 나와 있는 ‘단기(團旗)의 유래’ 설명입니다. 단기는 도산 선생이 손수 도안하였다고 합니다.

선비 사(士)자를 날개 벌린 새의 모양으로 도안화하여 단의 표지를 삼았고, 그 새를 기러기라 하여 단의 상징을 삼으니, 기러기는 반드시 떼를 지어 날므로 단결과 정의 돈수의 뜻을 높임이었다.

단기는 황·홍·백·청의 네 가지 색으로 만들었는데, 황은 무실, 홍은 역행, 백은 충의, 청은 용감의 4대 정신을 상징하기로 하였다.(아래 줄임)

이 설명에 따르면 ‘선비 사(士)’를 기러기로 형상화하였는데, 그 이유는 기러기가 무리를 지어 날아가므로 단결과 정의, 돈수를 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의’는 바른 도리를 나타내는 ‘正義’로 보이는데, ‘돈수’는 목숨을 오래 지탱한다는 ‘敦壽’도 있고, 오랜 수행 단계를 거치지 않고 일시에 깨달음에 이르는 불교 수행을 가리키는 ‘頓修’도 있으며, 또한 제사를 지낼 때나 서로 만나 인사를 할 때 땅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최고 수준의 절(拜)도 ‘頓首’라고 하는 만큼 어느 말과 가장 가까운 의미일지 잠시 생각하게 합니다. 아마도 선비는 상호 질서를 존중하고 그러한 사회가 안정된 사회라고 보는 만큼 예절을 뜻하는 마지막 ‘敦首’에 무게가 주어집니다.

그러나 다른 뜻도 포함되었으리라 믿어집니다.

무엇보다도 기러기는 대표적인 여름 철새로서 서늘한 가을이 되면 다시 돌아가는 만큼 나라를 잃고 떠돌던 당시 우리 동포들의 그리움이 기러기에 투영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먼 타국에서 언젠가는 기러기처럼 돌아가리라는 꿈을 간직하였을 테니까요.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희생 봉사 정신입니다. 거리기는 바람이 세고 기온이 낮은 높은 하늘을 힘들게 날아가는 만큼 누군가는 맨 앞에서 길을 인도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시로 교대하여 모두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역시 나라를 잃고 헤매던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절박한 가치 덕목입니다.

또한 거리기는 한번 짝을 맺으면 죽을 때까지 그 약속을 지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하여 혼인을 할 때에는 기러기처럼 살아가겠다는 다짐으로 전안례(奠?禮)를 올리는 것이니, 이 깃발에는 이러한 굳은 약속과 변하지 않는 지조도 강조되었으리라 믿어집니다.

그리고 이 기러기는 위로 치솟고 있어 높은 이상을 위해 비상하고 있음도 느끼게 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상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징은 우리에게 무언의 깊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그 교훈을 찾아내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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