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을 시작하는 학생을 둔 부모님께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학생을 둔 부모님께
  • 승인 2019.02.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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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대사대부초 교사
며칠 전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게 된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무엇을 준비해 놔야 하는지, 아이에게 어떤 것을 시켜야 할지 등 그 분이 가진 고민의 폭은 두서없이 다양했다. 몇 가지 필요하다 싶은 이야기를 해 주고 나서 전화를 끊었는데, ‘학부모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는 학생과 마찬가지로 1학년’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1학년 학부모를 어떠한 수준이나 능력 따위를 얕잡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내는 만큼 이들은 당연히 모르는 것도, 걱정되는 점도 많다. 그들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유달리 많이 겪는 것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유달리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학교 급별로 알아야 할 것들을 신학년 학부모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교사의 분명한 의무이다. 여기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학생의 부모님께 가족 모두가 훌륭하게 학교와의 첫 인연을 맺기 위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몇 가지 조언이 있다.

먼저 아이에게 학교를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유치원을 벗어나 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학생들에게는 반드시 학교에 대하여 긍정적인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도와야 한다. 이것은 교과 공부를 익힌다거나 학교의 커리큘럼에 적응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할지도 모른다. 아이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자세하게 공유하고 즐거움을 부여해 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아이가 했던 일에 대해서 큰 칭찬을 해 주는 것도 아이가 학교에서의 생활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때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구체적인 칭찬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학교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학부모 스스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자녀와 평소에 공유하는 것 또한 학교를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미 교육을 중시하는 여러 선진국에서 각종 학교 행사로서의 세레모니(ceremony)는 학교에서 학생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필수사항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아이들은 서로 협력하면서 배운다는 점을 학생과 학부모 모두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점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유명한 교육서인 ‘가르칠 수 있는 용기’의 저자인 미국의 교육 지도자 파커 J. 파머는 학생과 교사 간에 ‘상호작용하는 진리의 공동체’를 구성할 때 올바른 배움이 일어난다는 원리를 몇 장에 걸쳐서 설명하기도 하였다. 협력학습이 일반적인 현대의 교육에서 학생들은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깨달아야 하고, 그렇게 해서 더 많이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대단히 안타까운 점은 많은 학부모들이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을 ‘서로 경쟁해야 할 어떠한 상대’로 정의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년 전 어떤 학부모는 뒤마 페르의 소설 ‘삼총사’에서 유명해진 말인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All for one and one for all)’를 급훈으로 삼자 ‘어떻게 별로인 아이를 위해서 우리 아이가 희생할 수 있느냐’며 항의 아닌 항의를 한 적도 있었다. 학부모가 그렇게 생각하면 아이는 두 말할 것 없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가 가정에서 먼저 애써야 한다. 적어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경쟁하도록 부모가 부추겨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내 아이에게 좀 더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특히나 학교를 처음 시작한 아이들에게 성취를 먼저 바라서는 안 된다. 학습이 자신의 생각만큼 따라와 주지 못하더라도, 부모의 바람에 아이의 성취가 다소 부족하게 여겨지더라도 내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세 가지 조언은 신입생 학부모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학교생활에 별 흥미를 가지지 못한 아이에게는 물론 여러 가지 복잡한 원인들이 있다. 하지만 부모의 태도가 아이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친 건 아닌지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아이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부모도 마음가짐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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