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대피소에 모인 대보빌딩 화재 이재민 “내 몸 하나 갖고 나왔다…앞이 캄캄”
임시대피소에 모인 대보빌딩 화재 이재민 “내 몸 하나 갖고 나왔다…앞이 캄캄”
  • 한지연
  • 승인 2019.02.21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기 가스 수도 다 망가졌다
업주 화재보험 안 들어 걱정”
“재건축 차일피일 미루다 참변”
짐챙겨나오는이재민1
대구 중구 포정동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이틀째인 지난 20일 오전 한 이재민이 미처 챙기지 못한 짐을 가지고 임시 대피소로 향하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화재현장에서 대피할 때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검은 연기를 뚫고 나왔어요. 갖고 나온 거라고는 달랑 몸 하나뿐이고….”

지난 19일 대구 중구 포정동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아파트 거주민들이 인근 종교시설 등 임시 대피소에서 열흘 여간 머물게 됐다. 이재민들은 화재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당장의 생활과 보상계획 등에 마음을 졸여야 했다.

21일 낮 12시께 대안성당 내 대피소에서 모여 앉아있던 이재민들은 구호물품으로 덮고 있던 담요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지원을 위해 마련된 대안성당 앞 밥차를 향해서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는 이재민들을 위해 화재 당일 담요, 치약, 칫솔, 휴지 등 구호물품 등을 지원했다. 이재민들이 임시대피소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하루 세 끼 식사를 제공한다.

이재민들은 점심시간을 알리며 서로를 챙겼지만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는 감추지 못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의 끼니를 챙기던 이재민 김정숙(여·50)씨는 잘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한다면서도 지난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심장수술을 하고 퇴원한지 겨우 일주일 만에 사고를 겪었다. 화재 당시에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검은 연기 속에서 살아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부랴부랴 계단을 내려왔다지만, 집으로 돌아갈 길이 깜깜하다.

김씨는 “그 날(19일) 오후 먹고 있던 약 등 꼭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러 집을 찾았는데 비 때문에 물이 발목까지 차서 아수라장이었다. 매캐한 연기 냄새도 여전했다”며 “전기, 가스, 수도할 것 없이 몽땅 망가졌다는데, 사우나 업주가 화재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상절차도 한 치 앞을 헤아릴 수 없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대피하던 사람들이 계단에서 구르던 소리를 모두 들어가며 계단을 내려왔다는 정연자(여·77)씨. 그는 예고된 인재였다며 답답한 가슴을 내리쳤다. 정씨는 “예전부터 재건축 한다, 한다하면서 인근 경상감염공원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일이 이렇게 됐다”며 “40년도 더 된 건물에서 불 한 번 잘못 나 아까운 목숨 셋만 잃게 됐다. 오랫동안 얼굴 맞대고 살던 이웃들이 하루아침에 가고 나니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같은 날 수제화센터 3층 대피소에서 머무르고 있던 이주민들도 참담한 마음을 애써 추스리고 있었다. 지친 얼굴을 연신 쓸어내리며 화재 관련 추가 소식을 휴대폰으로 확인하거나 설쳤던 잠을 보충하기 위해 가만히 눈을 감고 있기도 했다.

한편 주민들은 아파트 주민위원장을 필두로 구체적인 복구계획과 보상 등을 요청하고 나섰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