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의 망명자와 순례자를 부르는 ‘그의 작은 궁’
수천 명의 망명자와 순례자를 부르는 ‘그의 작은 궁’
  • 박윤수
  • 승인 2019.02.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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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티베트 망명정부가 들어선 인도 ‘맥레오드 간즈’
세계 각지서 ‘달라이 라마식 불교’ 체험하기 위해 발걸음
주로 그가 거주하는 포탕· 남걀수도원, 촐라캉 사원 찾아
아침마다 오체투지하는 승려의 모습에서 느낀 독립 의지
그들의 진정한 역사를 알고 싶다면 티베트박물관 가볼만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인도 다람살라-마날리-라다크 <2> 맥레오드 간즈

짐을 풀고 맥레오드 간즈(McLeod Ganj, 맥간)의 중앙광장에 내려가서 점심식사를 한 후 트리운드(Triund) 트레킹을 위해 여행사에 들렀다. 캠핑용 텐트 등 등산 비품 대여 및 트레킹 가이드 예약, 트레킹 후 맥간으로 돌아와서 머물 ‘호텔 티벳’에 추가로 예약을 하고 박수폭포, 남걀사원 등 맥간의 거리를 구경 다녔다.

맥간지역은 메인광장을 중심으로 아래쪽으로는 촐라강 사원단지가 있으며, 여행자들이 머무는 곳들은 반시계방향의 일방통행길을 따라 서너시간 걸어다니면 될 정도의 아주 작은 마을이다. 다람살라(Dharamshala)는 인도 북서부 히마찰프라데시주 서쪽에 있는 도시이다. 히말라야산맥 고지대에 있으며 티베트 망명정부가 들어선 곳이다. 티베트 전통 불교인 라마교의 법왕 달라이라마 14세가 거주하는 곳으로, 티베트 불교 문화의 중심지이다.

다람살라 지역은 평균 해발고도가 1천200m(맥간 지역은 약 1천700m)에 이르는 고산지대로 서늘한 기후다. 도시 뒤쪽으로는 히말라야의 다울라다르(Dhauladhar)산맥이 뻗어나가,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느낄 수 있다. 티베트 고원에 살던 티벳탄들의 거주지로 안성맞춤이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화하면서 히마찰프라데시주 수도인 심라(Simla)에서 멀지 않은 이곳을 휴양지로 개발하여 사용했었다. 다람살라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59년 티베트 망명정부가 이곳에 들어서면서이다. 1950년 중국의 티베트 점령 이후 1959년 3월 티베트를 탈출한 14대 달라이라마가 당시 인도 수상 판디트 네루(Pandit Nmehru)의 협조로 이곳에 정착하게 된다. 라마교의 법왕이자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지도자이기도 한 달라이라마와 티베트 망명정부는 이곳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독립운동을 벌이는 한편, 티베트 고유문화와 종교를 전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다람살라는 지형에 의해 크게 아래쪽 다람살라(LowerDharamsala)와 위쪽 다람살라(UpperDharamsala) 두 구역으로 나누어진다. 두 구역은 해발고도에서 500미터 이상의 차이가 날뿐 아니라 거주민 구성과 문화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아래쪽에는 주로 인도인들이 거주하며, 위쪽에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들어서 있어 티베트인들이 주로 거주한다. 달라이라마가 거주하는 달라이라마 숙소가 있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위쪽 다람살라는 멕레오드 간즈라고 한다.

달라이라마궁-점선
달라이라마 궁. 궁이라고 하지만 작은 2층 숙소이다.

맥간의 촐라캉 사원지역은 티베트를 떠나온 망명자들의 마음의 안식처다. 많은 여행자와 순례자들이 이곳에 오면 달라이라마의 숙소가 있는 포탕(Photang), 촐라캉사원(Tsuglagkhang), 남걀수도원(Namgyal Monastery), 티벳 박물관 등을 둘러본다. 달라이라마의 궁은 암살 시도에 대비해 무장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다. 달라이라마 궁-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자그마한 2층짜리 숙소이다-, 그 맞은편에 있는 남걀수도원은 달라이라마의 주요한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불교도들이 특정한 날을 정하여 달라이라마를 친견하고 설법을 듣는 곳이기도 하다.

인도에서 가장 중요한 티베트 사원인 남걀수도원은 달라이라마의 직할 사원으로 맥레오드 간즈에서 열리는 달라이라마의 설법이 열리는 장소이다. 달라이라마는 1년 중 많은 기간을 해외와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 설법을 하지만, 운이 좋다면 남걀수도원에서 열리는 달라이라마의 설법을 들을 수 있다. 아침 일찍부터 이 사원의 뜰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 난민들의 간절한 모습에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들의 독립에 대한 염원을 느낄 수도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법당에서는 승려들의 독경 소리가 청아하게 들리고 법당 밖에도 티벳탄들의 오체투지하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다. 경건해지는 마음에 무릎 꿇고 앉아 잠깐 생각에 잠겨 본다.
 

티베트박물관
티베트박물관 전시실.

 
티베트박물관
티베트박물관 입구의 조형물.

사원 입구에 위치한 티베트 박물관에는 티베트인들이 중국으로부터 당한 박해와 달라이라마의 망명 과정, 그리고 망명정부의 과거와 오늘을 전시하고 있는 등 티베트 문화와 관련된 볼거리들도 많다. 특히 이곳에서는 1950년 라싸로 진격하는 중국군의 모습과,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망명길을 나서는 티벳탄들의 기록, 그리고 지금도 티베트의 독립에 대한 염원과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변함없는 의지를 보여준다.

달라이라마 궁으로 가는 길은 티베탄들의 순례코스이기도 하며, 티베트 기념품 가게가 많아 많은 관광객과 순례자들이 오가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인도의 시바신을 기념한 시바사원과 시바폭포, 달호수 등도 방문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하지만 히말라야 고산지대인 이곳 다람살라까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티베트불교의 환생 법왕인 달라이라마이다. 수천 명의 외국인이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듣고, 라마 불교와 명상체험 등을 경험하기 위해 머물고 있으며, 하루에도 수백 명의 여행자가 이곳을 찾는다. 지금도 목숨을 걸고 중국을 탈출한 티베트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마니차
불교 경전을 넣은 경통 마니차.

많은 티베트인들이 이곳 촐라캉 사원단지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코라(Kora)’라고 하는 티베트불교 의식을 행하기도 한다. 조용히 손에는 마니차를 들고 진언을 암송하며 이 길을 걷는다.

일행들이 남걀수도원으로 가는 중 티베트 승려 한 분이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한국에서 오신 스님이냐고 물어보니 동국대에서 유학을 한 티벳탄이었다. 달라이라마님을 뵙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같이 가 보자고 해서 궁으로 찾아갔다. 면담 요청서를 접수 시키고 기다리니, 우리를 안내한 티베트 승려가 접수처의 담당 스님과 한동안 이야기를 하더니 달라이라마님의 일정에 여유가 없어 도저히 안 된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에 궁을 나와 남걀수도원을 둘러 보고 박수폭포로 향했다.
 

박수폭포
맥레오드 간즈에 오는 이들이 간단히 트레킹 할 수 있는 박수폭포.

맥간에 오는 이들이 간단하게 트레킹 하는 곳이 박수폭포(Bhagsu Waterfalls)이다. 맥간의 중심지에서 티베트 정부가 운영하는 ‘호텔 티벳’ 앞길로 십여 분 걸어가면 시바신을 모신 박수나트사원이 있다. 사원 앞에는 산에서 내려온 물로 수영장을 만들어 놓아 제법 유원지 같은 느낌이 나는 곳이다. 박수나트사원을 지나면 오솔길이 나타나는데 이 길로 삼십 분 정도 걸어가면 작은 폭포가 보인다. 폭포 주변에는 음료수를 파는 가게도 하나 있어 폭포의 낙숫물을 보며 시원한 음료를 먹을 수 있다. 일행 중에는 폭포수를 마시고 설사병에 걸려 하루를 꼬박 누워 있기도 했다. 워낙 오지라 깨끗한 물이라 생각되지만, 산짐승들의 배설물과 깨끗하지 못한 환경으로 물이 오염되어 있다. 다울라다르산맥의 끝단에 위치한 이곳 맥간은 경사가 가파르고 많은 이들이 모여들어 살고 있어서인지 울창한 나무들은 트리운드 올라가는 길에만 있을 뿐, 대부분은 그늘 한 점 없는 초지다. 따가운 햇볕을 가릴 모자는 필수이다.

박수나트 폭포를 다녀오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내일 트리운드 캠핑에 대비, 연료로 쓸 부탄가스나 이소가스를 구하려고 맥간의 중앙광장 주변의 마트들을 뒤졌으나 구할 수가 없었다. 여행사에 문의하니 아랫다람살라쪽에는 있을 수도 있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아랫다람살라의 가게를 다녔으나 구할 수가 없다. 결론은 우리가 원하는 캠핑용 가스는 없다. 가스 구입을 포기하고 여행사에서 제법 묵직하게 생긴 석유 버너를 빌리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고 내일 트리운드 트레킹을 준비한다. 정상에서 캠핑하며 먹을 음식과 약간의 세면도구 등을 챙기고 나머지 큰 짐은 잘 꾸려서 여행사에 맡기기로 했다. 조용한 맥간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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