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올림픽 메달과 정치인
<대구논단>올림픽 메달과 정치인
  • 승인 2010.03.0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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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밴쿠버올림픽 기간 중 우리들은 즐거웠고 행복했다. 키 크고 건장한 외국 선수들에 비해 어딘가 왜소해 보이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좋은 기량을 보이면서 속속 메달을 따는 짜릿한 장면들은 한국인의 긍지를 더 높여 주었다.

특히 빙상 올림픽의 꽃이라 일컫는 피겨스케이팅에서 고운 모습으로 흔들림 없이 연기한 김연아가 피겨 사상 최고의 점수를 받은 후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을 때 눈시울을 적신 국민들이 숱하게 많았다고 한다. 필자 역시 눈언저리가 뜨거움을 느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정말 위대한 국민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 나이든 사람들은 초등학교 시절, 우리는 백의민족이고 세종대왕이 창안한 한글과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고려시대의 금속활자 등등 세계에 자랑할 만한 고유한 문화를 많이 가진 우수한 민족이란 자화자찬의 말을 숱하게 들어왔지만 그것을 실감할 수는 없었던 기억들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시대와 세대가 바뀐 지금에 와서도 과연 한국인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훌륭한 민족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할 건더기는 별로 없지 않은가 싶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다. 겨울 올림픽에서 금 6, 은 6, 동 2개의 메달을 따 서양의 우수한 메달 권 선수들을 제치고 세계 5위의 순위를 차지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제 겨우 20남짓한 청소년들이 이처럼 엄청난 위업을 이루었다는 것은 청사에 길이 빛날 일이다. 우리 주변 어디를 봐도 빙상선수들이 이 같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은 찾아 볼 수 없다.

눈이 많은 나라가 돼서 스키가 일반적 선호 운동으로 된 것도 아니고 빙상 훈련장의 환경도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이러한 악 조건 속에서도 청소년들이 빙상 메달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피나는 노력도 있었지만 한국인의 뇌 속에 잠재하는 조상의 우성적 유전인자 영향도 없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청소년들이 올림픽을 통해 한국인의 위상과 국격을 한없이 넓혔지만 정치인들은 왜 이 모양인가 비아냥하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듣는다. 국내 정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자라나는 세대에 너무나 부끄럽다. 정치의 요체는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도록 위임받은 사람들이 대통령이요, 또 국회의원들이다. 대의정치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국민들이 뽑은 정치인들이 자리보전, 정당싸움 내지는 계파 간 갈등 분쟁으로 영일이 없다. 야당이 여당과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같은 정당이면서 싸움질만 하고 당론을 한데 모으지를 못한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설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체제임에도 대화 설득 양보 희생은 없고 자기주장 고집만 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을 세비로 꼬박꼬박 받으면서도 시원스레 일을 처리하는 모습은 아예 볼 수 없다. 여당인 한나라당 안에는 계파라 할 수 없는 두 개의 정당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겉은 같은 당이면서도 속내는 야당 보다 더 심한 측면이 많다. 세종시 문제로 당이 거들 날 지경이다. 국민들은 이제 세종시에 신물을 낸다.

친이다, 친박이다 이게 무슨 꼴인가. 딱하고 웃기는 것은 친박에 속한 국회의원들이 보스 앞에서는 입도 벙긋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여러 번한 나이 든 사람들이 보스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치만 보면서 수수방관하는 꼴을 보늬라니 속이 뒤틀린다. 가끔 국회의원을 정말 잘 못 뽑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국민의 대표자라는 사람들이 누구를 대표하고 있나. 아량을 베풀지 못하는 친이도 예외가 아니다. 세종시에만 국론이 묶여있어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이 나라의 위상을 높여 국민들의 자긍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지금 정치인들이 정신을 좀 차려주었으면 좋겠다. 세종시의 원안 또는 수정안 갈등이 정말 나라를 위한 것인지,

자리보전 내지는 정권욕 때문인지 가슴에 손을 얹어보시라. 그리고 한나라당은 어떤 방법으로든 자당 국회의원들의 생각을 한데 모아보라. 머리를 맞대 고민하면 길이 보일 것이다. 충청도가 어떻고 경상도가 어떻고 내 편인 양 자가당착에 매여 바보 소리를 듣지 마라. 국민들은 그네들만큼 모두 우수한 머리를 가졌음을 상기하라. 금메달과 정치인 결코 상반되어서는 나라가 잘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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