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부러뜨리고
고독의 길목에 서 있다
우울이 횡단했던
그 날도 이제 조용히 묻혀가고 있었는데
엊저녁 꿈속
내 자리가 사라졌다
나는 피우지 않는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라이터를 켰는데
가스만 분출해 얼른 끄고
깊은 산골짜기를 아낙들이 가르쳐 준 대로 푸성귀잡고
맨발로 내려왔다
고독의 날개를 꺾고
외로움의 다리를 부러뜨린 지 얼마인데
왜 고독의 골짜기를 내려왔을까
미련이 남아 엊저녁 꿈속에
내 자리를 마지막으로 잃고
산을 내려온 것일까
삶의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온 것일까
◇제왕국= 한국문협회원, 한국시민문학(낙동강문학) 자문위원, 경남문협회원, 통영문협이사, 수필추천작가회 회원, 통영화우회회원, 한국민화협회 통영지회회원 등, 대구신문 명시상 수상(2014년) 등. 시집 : 나의 빛깔, 가진 것 없어도, 아내의 꽃밭
<해설> 평생직장을 퇴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몇 주간은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 어느 시점이 흘러야 아쉬움과 의식적 고통의 내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랫동안 쌓인 정을 일시에 내려놓기는 어렵다. 기원과 염원한 마음이 너무 큰 탓이다. 꿈속에서 생시처럼 다가왔던 지난날의 추상화 한편을 본 것 같은 착각에 몸을 떨어야 했던 허황한 의식 세계를 어찌하랴. 우리 속담에 ‘승냥이는 꿈속에서도 양 무리를 생각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