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뮤즈, 에이다의 ‘레드 스마일’… 대구미술관, 알렉스 카츠展
나의 뮤즈, 에이다의 ‘레드 스마일’… 대구미술관, 알렉스 카츠展
  • 황인옥
  • 승인 2019.02.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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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풍경화, 드로잉
초기작 최신작 110여점
아시아 최대 규모 기획
“아내 에이다 영감 원천”
단조로운 색면
절제된 윤곽선
원근감 없는 공간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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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츠 작 ‘The Red Smile’

눈길 가는 곳에 에이다(Ada)가 반겼다. 싱그러운 젊은 에이다부터 노련미 넘치는 나이든 에이다까지, 20여점의 에이다가 걸렸다. 대구미술관 알렉스 카츠(Alex Katx·92)전은 이른바 에이다 전성시대다. 작가는 주변의 다양한 인물을 그렸지만 에이다 초상화가 단연 압도적이다. 57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300여점의 에이다를 그렸으니, 에이다 초상화야말로 카츠 예술의 정수다. 그의 예술 사조, 심미적 태도가 에이다 초상에 오롯이 드러난다. 특히 ‘레드 스마일(The Red Smile·1963)은 대표작이다. 현대미술관인 미국의 휘트니 미술관 소장품인데 작가가 특별히 요청해 이번 전시에 출품하게 됐다.

애정 없이는 그토록 긴 세월을 한 인물을 그렸을 리는 없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설명이 이어지면서 짐작은 사실로 드러난다. 이 둘이 부부라는 것. 카츠는 여러 인터뷰에서 “에이다가 영감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부부로서의 신뢰와 사랑을 예술의 원천으로 승화하고, 그 결과인 ‘에이다 초상화’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행복한 에이다’를 넘어 ‘부러운 아이다’라고 하고 싶다.

대구미술관이 현대회화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가장 미국적인 화가로 손꼽히는 ‘알렉스 카츠’전을 열고 있다. 전시는 작가의 작업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구성됐다. 인물초상화와 풍경화, 컷아웃, 드로잉 등 초기작부터 최근작에 이르는 110여점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여인2
알렉스 카츠 작 ‘Margit Smiles’

카츠는 1927년생이다. 일생동안 수많은 미술사조들이 등장하는 것을 목도했다. 하지만 흔들림없이 구상회화에 충실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위대성은 여기에 있다. 작가의 활동초기인 1950년대 미국 미술계는 추상이 추세했다. 모두가 추상을 신봉했고, 제대로 편승하면 유명세를 탈 수 있는 환경이었다. 카츠처럼 재능과 열정을 타고난 작가라면 도전해 볼 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역주행을 선택했다. 추상보다 구상회화를 전개한 것. 결과론적이지만 고전이어서 고전을 뛰어넘는 새로운 사조를 열지 않았을까 유추할 따름이다.

99세 대가의 작가 입문은 의외로 소박했다. 그는 영상 인터뷰에서 “그림 그리는 데 큰 흥미를 느껴서 취미로 시작한 것이 점차 진지함하게 임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카츠는 스스로 긍정하지 않았지만 팝아트의 선구자이자 세계미술사에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60년대 영화와 광고판(빌보드), 음악같은 대중문화로부터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아 거대한 크기의 인물초상, 풍경, 그리고 일상의 단면들을 독창적인 시각과 제스츄어로 담아냈다. 구상회화에 팝아트적 요소와 추상표현주의 요소를 자유롭게 차용하고, 그러면서도 구상회화라는 논점은 흐리지 않았다.

인물에서 시작해 풍경, 꽃, 댄서로 대상이 확장했다. 인물이나 댄스, 풍경 모두 직접 보고 스케치 한 후 본작업으로 옮긴다. “어떤 경우든 심미적인 아이디어를 직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한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전시장 영상에 담긴 그의 작업 방식을 보면서 동양화의 일필휘지가 떠오른다. 직관적인 이미지를 회화답지 않은 빠른 붓질로 완성한다. 단 몇 시간 안에 완성작이 나올 수도 있다. 회화로서는 이례적이다.

작품은 몇 가지 색채로 구성된 단조로운 색면, 원근감이 거의 없는 공간성, 절제된 윤곽선으로 채워지는 표현방식은 화려하고도 밝은 색채와 거대한 스케일로 특징짓는다. 대상의 변화는 시도할지언정 중요한 특징은 유지한다. 그 일관성과 그런 가운데 변화를 시도하는 작가 정신은 90대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여전히 대형 작품을 하고 있다. 도대체 그의 예술적 생명은 어디까지일까? “아폴리네르(프랑스 작가이자 시인)는 바지를 내리면 영감이 떠오른다고 했는데, 오히려 내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전시는 5월26일까지 대구미술관 어미홀, 제1전시실에서. 053-803-79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알렉스 카츠

플로리다의 탬파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빌바오, 서펜타인 갤러리 등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15년 해외 예술 전문 사이트 ARTSY가 선정한 ‘살아있는 아티스트 중 최고의 10인’으로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 등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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