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운동 59주년 특별강연
“대립·갈등 상생으로 끌고 갈
통합 민주주의 필요한 시대”
“강연 때 청중에 한국 미래가 어떨 것 같으냐고 물으면 ‘어려울 것 같다’와 ‘잘 돼야 한다’는 답이 함께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 두 문장의 뜻은 전혀 달라요. 전자는 그저 예측이고 후자에는 희망이 담겼습니다. 희망적 미래를 맞으려면 과거와 현재, 즉 결과를 가져올 원인부터 알아야 합니다.”
1960년 2월 28일 민주주의를 외치며 학교를 벗어난 대구지역 학생 운동가 800여 명의 정신을 되새기는 자리가 마련됐다. 2.28민주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27일 노동일 전 경북대 총장은 제59주년 2.28운동 기념일 특별강연의 세 번째 주자로 강단에 섰다.
노 전 총장은 대구 중구 남산동 2.28민주운동기념회관에서 ‘2.28운동과 한국의 미래’ 강의를 열고 모두가 행복한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대적 흐름에 맞는 민주주의를 성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 전 총장은 “지금 사회에는 대립이 만연해 있다. 지역 간 그리고 보수·진보 간, 세대 간, 남·여 간 대립은 사회 진전을 가로막는 요소다”라며 “이 시대가 요청하는 건 민주적 리더십이다. 그 바탕은 2.28민주화운동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민주주의가 독재에 대항한 횃불이었다면 지금은 대립과 갈등을 상생과 공명으로 끌고 가는 통합적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노 전 총장은 “1956년 3대 대통령 선거 때 전국 득표율이 보수 여당인 자유당 이승만 후보에 70%, 진보 성향 무소속 조봉암 후보에 24% 쏠렸는데 대구에서는 반대로 조 후보가 70%를 받았다”며 “2.28운동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다. 자유당 정권 때 대구는 대표적 야당 도시였고 민주성이 강한 도시였다. 이런 지역적 분위기가 2.28운동 발생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의는 대구시와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가 준비한 특별강연 ‘대구 민주화운동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마지막 차례다. 강연은 2.28운동으로 비춰보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주제로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지난 22일 첫 강의 ‘2.28 현장’에는 1960년 2.28운동에 참여했던 최용호 경북대 명예교수가, 26일 ‘2.28 이후 한국현대사’에는 홍종흠 전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이 나서 역사를 전했다.
한편 2.28기념사업회는 점차 잊히는 역사를 알리기 위해 2.28민주운동 기념 특별사진전도 진행 중이다. 대구 달서구 성당동 대구문예회관 4~5전시실에는 2.28운동 기록물 18점과 1950~1960년대 대구 풍광·생활상 20점 등 총 69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전은 내달 3일까지 진행된다.
정일수 2.28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2.28운동이 시민들 사이에서 저평가돼 아쉽다”면서도 “지난해 국가기념일 지정으로 2.28운동이 다시 조명받고 있기 때문에 향후 2.28운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여러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은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