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작가
인공지능 작가
  • 승인 2019.02.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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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앞두고 나는 사람이 이길 것이라는 글을 썼다. 예상은 빗나갔다. 이세돌이 AI(Artificial Intelligence)바둑선수를 당하지 못했다. 알파고는 감성만 없을 뿐 인간을 능가하는 바둑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기계가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지적 노동력을 생산한다면 현존 47% 정도의 직업이 없어질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제4차 산업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부분은 AI산업이다. 인공지능이 어떤 분야에 적용될지는 예측가능 하지만 그 실체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기관 ‘오픈 AI(Open AI)‘가 개발한 ‘GPT-2’가 글짓기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 인공지능은 소설을 쓰고 신문기사를 작성하고 학교 숙제를 해 주는 등 글쓰기와 관련 있는 부분에서 탁월한 글재주를 보였다. 논리적으로 문장을 구성하고 심지어 창조적인 문장도 척척 만들어 낸다고 한다. 작성하고자 하는 문장을 기계에 입력하면 스토리에 걸 맞는 글을 써 준다.

이 인공지능은 800만개의 웹 페이지에 담긴 15억 개의 단어를 학습하였고 어휘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작가가 글을 쓰듯 창작방식을 알고리즘(algorithm)화 하여 반듯한 글을 만들어 간다고 한다. AI의 글 작성 방식은 틀에 박혀 있지만 인간에 비해 실수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글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글쓴이의 감성이 녹아 있기 마련인데 한낱 기계인 인공지능이 사람의 감정을 그렇게 잘 표현할 수 있느냐고 말하지만 ‘GPT-2’는 이를 거뜬히 해 내고 있다. AI가 지은 글을 보고 그것을 만든 연구진들이 탄복 하면서 무릎을 쳤다고 한다.

하지만 지능만 특출할 뿐, 이념이나 철학이 없는 기계가 작성한 글이 행여 오용되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을 염려한 과학자들이 ‘GPT-2‘ 원천 기술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엉뚱한 거짓 창작 정보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생산하여 사회를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뜨릴 것을 경계한 것이다. 가설적이지만 나는 멀지 않아 문학계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가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한다.

두 가지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장르별로 수많은 어휘와 문장 경험을 내장한 AI가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글쓰기 작업을 종용받을 것이다. 사용자는 인공지능이 만든 글에 자기 생각을 가미하여 원고를 손 본 뒤 자기 작품인양 발표하고 책을 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예 터놓고 AI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공개하면서 이른바 AI 작가로 행세할 개연성이 있다. 이러한 글 작성 환경변화는 어떠한 형태로든 문학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학은 인간 삶의 본질을 문자로 표현, 예술로 승화하여 과거와 현재·미래를 조명하는 무한대의 창조 기능이 있다. 장르별 특성은 다를지언정 삶의 숨결이 스며있음은 다를 바 없다. 문학의 묘약은 글을 쓰거나 읽음으로써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한편 정신적 흠결이나 손상을 치유해 주는 것이다. 소설은 허구를 통하여 삶의 진실을 찾는 예술이며 수필은 감성을 바탕으로 한 경험문학이다. 시는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의 세계 폭이 넓고 엄청 크다. 어느 영역이든 AI가 치고 들어오면 경계가 허물어질 가능성은 다분히 있다. 만일 문학이 인공지능개발자가 만든 AI에 의해 조종되고 보편화 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기계가 인간만이 가진 혼을 지배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두드러지고 알게 모르게 우리의 정신세계를 피폐하게 만들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는 인공지능이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어 우리의 생활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아직 초기단계지만 주변에서 인공지능의 활약을 심심찮게 보고 느낀다. AI가 그린 그림을 보거나 찍은 사진을 보면 인공지능의 무한한 능력을 실감할 수 있다. 며칠 전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여배우의 얼굴과 똑 같은 AI 아나운서가 TV에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배우의 모습 그대로였다. 머리와 가슴으로 글을 쓰는 문인들 앞에 AI가 문학 창작자로서 나타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기계가 만든 작품과 사람이 쓴 글이 공존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졌더라도 결코 사람과 같을 수는 없다. 사람이 만든 기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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