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 닳는 줄도 모르고
갈고 또 갈고
무뎌질 때마다
쓱쓱
날 시퍼렇게 세워주다 움푹 팬 몸
다 쓴 빨랫비누처럼 얇아진 허리에
여전히, 무딘 등짝
말없이 갈아주다
“물 한잔이면 됐다”
수돗가 한쪽 구석에 오도카니
부서질 듯
아버지
◇김부회=1963년 서울産. 제9회 중봉 문학상 대상, 김포신문詩칼럼연재(13~), (월) 모던 포엠 문학평론연재(14~),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 주간, 시집: ‘시, 답지 않은 소리’(14)/ 물의 연가/ 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 모담산, 둥근 빛의 노래/척 외 다수 공저.
<해설> 아버지의 땀과 아픔, 그리고 고통을 숫돌에 비유하여 유년의 기억을 끄집어 냈다. 제 몸 닳아가며 자식들을 빛나게 하는 아버지의 그 마음. 얇아진 허리만큼 쏟아 부었을 자식에 대한 정성을, 아버지의 나이가 되면서 느꼈을 것이다. 아무 대가도 필요치 않다. 그저 수돗물 한 바가지면 다시 힘을 내어 일어설 수 있는 부모의 끝없는 사랑에 눈시울이 젖는다. -김인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