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수평선일까 감성의 지평선일까
바다의 수평선일까 감성의 지평선일까
  • 황인옥
  • 승인 2019.03.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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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정우영展…10일까지 예술상회토마·토마갤러리
말레비치 등 추상화가 정신 모태
색면분할로 작가만의 감성 입혀
수직·수평선으로 공간 갈라
재현과 생각의 균형감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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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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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作.

 

정우영인물사진1
사진작가 정우영
20세기 중반, 형태를 빼고 서사를 버려 추상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얻었다. 감정을 미혹하는 형태와 서사가 사라지자 본래의 순수미가 자리를 꿰찼고, 미술애호가를 넘어 일반대중까지 매료시켰다. 그 중에서 초기 추상화가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과 카지미르 세베리노비치 말레비치(1879~1935)는 추상의 빛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음미한 화가들이다.

시간의 추를 20세기 중반에서 한참 밀어낸 지난 28일 대구 방천시장 내 예술상회토마에 걸린 정우영의 사진에 몬드리안과 말레비치의 그림자가 스쳤다. 자신의 생각을 추상으로 전달한 몬드리안의 면 분할과 세상을 바라보는 심플하고 강렬한 시선을 가진 말레비치가 정우영의 사진에 환영처럼 꿈틀댔다. 조심스럽게 물은 필요도 없이 그가 “말레비치가 70~80%, 몬드리안이 20~30%의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했다.

사진작가 정우영 개인전이 방천시장 내 예술상회토마와 토마갤러리에서 10일까지 열리고 있다. 예술상회 토마에 20여점을 토마갤러리에 10여점을 걸었다. 모두 현재 작가의 작업세계를 반영하는 바다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작품 제작 과정은 2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 바다 풍경을 촬영하고, 2단계에서 풍경 사진 위를 색면 분할 해 완성한다. 선택한 바다에 대한 촬영이 시작되면 말레비치의 추상 정신이 개입된다. 풍경을 가장 심플하면서도 강렬하게 포착하는 것. 이후 색면 분할 과정에서 몬드리안식 생각 덧입히기, 즉 정우영의 감성 입히기가 부가된다. 말하자면 추상과 구상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날선 균형감을 이루는 것이다. 그가 좋은 사진의 요건으로 ‘균형’을 강조했다. “재현과 생각이 균형감 있게 담길 때 새로움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죠.”

이번 전시에는 욕지도에서 바라본 바다, 남해 바다, 미국 오레곤 바다의 사구를 촬영한 바다작품들이 주인공이 됐다. 작가의 개인사가 있거나, 특별한 감성으로 만난 바다들이다. 이들 작품들에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공히 작품 바로 앞에서 관찰하는 수준으로 살펴야 바다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풍경을 얇게 덮고 있는 분할된 색면이 시선을 먼저 강탈하기 때문이다.

왜 색면 분할이었을까? 그가 “한 장의 사진에 다양한 감정을 담을 수 있어 선택한 방식”이라고 했다. 일종의 영화의 압축에 해당된다. “미국 유학 시절에 영상 수업을 듣고, 영화의 매력에 빠져 영화에 빠져들었어요. 순수사진을 하면서 영화와 사진의 접목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작가는 미국의 사진 전문대학인 브룩스 인스티튜트(Brooks Institute) 학사와 미국 오하이오 대학교 사진커뮤니케이션(Photo Communication) 석사를 졸업했다. 현재 계명대 사진미디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가 색면 분할을 통해 담아내고 싶은 감정들은 무엇이었을까? 하나의 주제로 지속되기 보다 작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촬영할 바다의 특징이나 촬영국가의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저만의 감성, 순간순간 불타오르는 열정 등의 감정이 사진에 오롯이 투영되죠.”

모든 예술은 예술가가 세상을 바라본 관점의 결과다. 관점은 다양할 수 있으나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세상과 만나기 위한 첫걸음에 세상을 향한 작가적 관조가 있다. 정우영에게도 이 공식은 적용된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편안함’. 강한 이미지는 피하고 패션의 컬러처럼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편안한 대상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10여년을 바다를 주제로 한 작업에 집중해 왔지만 초기에는 숲과 사람에 매료된 시기도 거쳤다. 그가 “아마도 맨 끝작업으로 하늘을 할 것 같다”고 했다. “도인 정도는 돼야 하늘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 만큼” 하늘 작업이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상업광고에서 순수사진으로 전환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대학원 시절 그는 지도교수로부터 “사진을 못 찍는다는 타박”을 들어야 했다. “그때 제가 처음으로 사진을 못 찍는다는 것을 느꼈죠.” 지도교수는 그에게 ‘작가 정신에 입각한 사진’을 주문했다. 순수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우영 역시도 제자나 후배들에게 같은 주문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사진을 잘 찍기 위해 선택한 방법을 따라가면 일반인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치열한 공부만이 해법”이라고 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 사진사와 미술사 공부를 치열하게 했어요. 역사 속 작가들을 공부하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게 되고, 그들의 흉내를 내면서 저만의 내용과 정신을 찾았던 것 같아요.” 053-522-8155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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