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보수를 재편하라
자유한국당, 보수를 재편하라
  • 승인 2019.03.0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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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
변호사
前 대구고등법원 판사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치러졌습니다. 당 대표로 황교안과 4명의 최고위원이 선출되었습니다. 당 대표 후보로는 황교안을 비롯해 오세훈, 김진태 등이 출마하였습니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하여 TV토론회는 모두 여섯 차례 진행되었습니다. 그 토론회 진행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본 모습을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어떤 모습으로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에 임할 수 있을 것인지 그 한계를 보았습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유력 후보들 두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황교안 대표는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마무리 지은 장본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탄핵이 잘못되었다고 지금에 와서 버젓이 TV토론장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주장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대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가질 수 있고 현재 구속까지 되어 있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있었던 황교안 대표는 공식적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입장입니다. 앞으로 당 대표로서 활동하면서도 스스로 그 프레임에 갇혀 본인 스스로는 물론이고 자유한국당을 앞으로 한 발도 나가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빠뜨린 것입니다.

탄핵을 부정한다면 앞으로 자유한국당은 탄핵에 대하여 투쟁하여야 합니다. 그것이 정치의 도(道)입니다. 그런데 그 투쟁에 앞장 서야 할 대표가 자기 스스로 탄핵을 정당화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이런 자기 모순적 상황을 황교안과 자유한국당이 해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온 것은 다름 아닌 ‘태극기부대’로 표현되는 자유한국당 내의 일부 세력들의 표를 의식한 것입니다. 태극기부대 세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이후에 대통령의 억울함을 풀어주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고 의식 있는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나름의 논리와 정치적 의견을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이들 역시 자유한국당은 끌어 안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이 태극기 부대에 이끌려가서는 자유한국당의 미래, 보수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한 것입니다. 탄핵은 이미 역사적 기정 사실입니다.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탄핵 자체를 무효로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수감 생활의 어려움을 동정하고 지나친 형사 처벌에 대하여 비판하는 선에서 그 분을 도우는 정도로 마쳐야 할 것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스스로 자신이 ‘친박’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정확하게 말해서는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입은 소위 ‘친박 국회의원’ 특히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황교안을 밀면서 또 다시 박 전 대통령을 정치판에 끌어들인 것입니다. 진정 박 전 대통령을 위했다면 국회에서 탄핵될 때 죽기로 반대했어야 할 텐데 그 때는 다 숨어 있다가 내년 총선에서 어떡해든 황교안에 줄 서서 공천받기 위해 황교안 뒤에서 박 전 대통령을 위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형편없습니다. 이런 자유한국당의 정치 상황에서 우리 대구·경북은 한복판에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기회주의자 국회의원들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향후 총선에서도 이런 식이라면 자유한국당은 지난 지방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대구·경북 외에는 당선자를 거의 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무슨 공당입니까? 이럴 바에는 자유한국당은 황교안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 친박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중도보수세력으로 갈라져서 해체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황교안 대표 중심의 과거 친박세력은 극우 성향의 보수주의자들을 규합하고, 중도 보수성향 세력들은 바른미래당 인사들과 뭉쳐서 보수에 활력을 불어 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이념도 없이 자신들의 차기 공천만을 염두한 채 무리지어 다니는 자유한국당은 앞으로 정치 상황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사정은 우리 지역에도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정치세력도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정개개편에 나서 보수 진영을 다시 한 번 재건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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