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끝에 둥글게 둥글게 물방울 맺히고 있습니다
천공에서 내려오는 말을 하지 않는 입술
푸른 잎은 나무가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 말
살구나무 와 봄
살구나무 와 봄
살구나무 와 봄
저 꿈길을 따라서 살구나무를 돌아 가면 천리 空虛
아득한 잠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환하게 무너지는 파도의 경계를 넘어
발등을 적시며 오는 이 누구인가요
◇홍성은= 1963년 강원 태백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 전공. 대구·경북지역대학 반월문학상 대상 수상(10)
<해설> 몽상처럼 펼쳐지는 살구나무에 봄이 소리 없이 오고 있다. 봄비를 맘껏 빨아들이며 자신의 몸을 펼칠 준비를 한다. 아득한 꿈속처럼 지난 시간, 살구나무에 봄이 오듯 나의 몸도 봄을 맞을 준비를 한다. 계절의 경계에서 내리는 빗님이 자박자박 걸어오며 나를 깨우고 있다.
-김인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