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 보이스피싱…자칫하면 당한다
기상천외 보이스피싱…자칫하면 당한다
  • 강나리
  • 승인 2019.03.0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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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제어 앱 통해 악성코드 심어
사법기관 전화하면 ‘그쪽’ 연결
앱 설치 요구 응하지 말고 의심을
대구에 사는 5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중순 문자 메시지를 한 통을 받았다. ‘A씨의 결제 인증번호(9612), 55만7천 원 결제 완료, 상품 주문번호(33591) 출고대기 중’

물건을 주문한 적이 없던 A씨는 깜짝 놀라 문자를 보내온 번호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여성 상담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상담원은 “명의가 도용된 것 같다”며 경찰청에 사건을 접수해 주겠다고 답했다.

잠시 후 A씨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전화를 건 이는 자신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B경위라고 소개했다. 그는 A씨 명의의 통장이 자금 세탁 용도로 사용돼 휴대폰 조사가 필요하니, 즉시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프로그램 ‘팀 뷰어’ 앱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몇 가지 인증단계를 실시한 뒤 서울중앙지검에 전화해 C검사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마음이 급해진 A씨는 ‘팀 뷰어’ 앱을 다운받은 뒤 원격제어를 승인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대표번호를 검색해 전화를 걸었다. 담당 검사라며 전화를 받은 이는 “명의를 도용당한 것으로 추정되니 금융감독원 담당자와 연결해주겠다”고 말했다.

곧이어 A씨는 금융감독원 담당자와 통화를 하게 됐다.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이는 “협조를 하면 무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며 “통장에 든 금전을 모두 출금해 금감원 보안계좌에 예치할 것이며, 향후 계좌 추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A씨는 다음달 오전 은행 2곳에서 2천만 원씩 모두 4천만 원을 출금했다. 심지어 그는 은행에 방문해 출금을 마칠 때까지 검사를 사칭한 이와 통화를 해야 했다. 검사는 은행원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출금 목적에 대해 거짓말을 시키는 한편, A씨가 전화를 끊을 시 도주한 것으로 간주해 구속할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검사라는 이는 다음 ‘지령’을 내렸다. “대전역 인근 커피숍 앞에서 금감원 직원을 만나라.”

A씨는 대전역에서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이를 만나 4천만 원을 넘겼다. 금감원 직원이라는 20대 중후반의 남성은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신뢰감까지 느껴졌다.

대구로 돌아가는 열차에서 A씨는 다시 검사의 연락을 받았다. “메신저 대화 내용을 백업해야 하니 원격제어 앱을 실행하라”는 요구였다. 이어 A씨의 휴대전화에 설치돼 있던 악성코드가 삭제됐다.

같은 날 오후부터 지금까지 통화했던 그 누구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불안해진 A씨는 다시 서울중앙지검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A씨가 줄곧 통화했던 담당 검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A씨는 4천만 원을 단 이틀 만에 날렸다.

A씨가 통화를 한 사람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다. A씨 휴대전화에 설치된 원격제어 앱을 통해 악성코드를 심어 서울중앙지검에 걸린 전화를 범인 자신에게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접근 방식은 다양해졌으나 범행의 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유형은 △가족·친지를 납치했다는 등 불안을 유도해 금전을 가로채는 ‘납치빙자형’ △경찰, 검찰, 금감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 △은행, 캐피탈, 대부업체를 사칭하는 ‘대출빙자형’이다.

지난해 대구에선 900여 건의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액은 100억 원을 웃돌았다.

경찰은 대표 유형 내에서 진화된 수법을 숙지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앱 설치를 요구하는 전화는 악성코드 감염을 의심하고,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전화상으로 금전을 요구한다면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나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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