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만세운동, 3월 8일을 기억하자
대구의 만세운동, 3월 8일을 기억하자
  • 승인 2019.03.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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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공동대표
대구의 만세운동 기념행사는 3월 8일 오후 서문시장 근처에서 하는 것이 어떨까? 대구에서 만세운동이 처음 일어난 날은 3월 8일이기 때문이다.

3·1절 행사와 관련해 기념식은 1일에 하더라도 문화행사는 지역의 만세운동에 맞춰 진행하는게 옳다는 견해가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미 영덕에서는 3월 18일에 만세운동을 재연하고 있다.

기미년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8일 대구로 번져 경북 전 지역으로 5월까지 이어졌다. 대구에서는 3월 8일 이후 10일과 30일, 4월 15일, 26일, 28일 등 총 6회의 만세운동이 일어났다는 기록이 있으며 기독교계를 비롯한 불교계, 학생, 유림, 농민 등 다양한 주체에 의한 만세운동이 이어졌다.

3월 1일 일어난 만세운동에 이어 대구에서는 큰장(옛 서문시장) 장날인 3월 8일 오후 1시에 만세운동을 하기로 계획하고 학생을 비롯해 주민들에게 비밀리에 전해졌다. 전날 밤 모처에서 독립선언서를 등사하고 태극기를 제작하는 숨가쁜 시간을 보내고 태극기를 품에 안고 거사를 기약하며 흩어졌다. 다음날 일본경찰의 감시 속에 장꾼으로, 빨래하러 가는 여성으로 변장한 학생과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한독립만세”를 목청껏 외쳤다.

지역을 대표하는 시인 이상화는 선전물을 등사하고 자금조달도 하였다니 내일은 지척에 있는 선생의 생가터에서 ‘대한독립만세 정신’을 새겨봐야겠다.

지방자치와 분권시대를 맞아 기미년 만세운동을 각 지역에서 일어난 날에 민관이 함께 기념하면 자연스럽게 지역을 학습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국가차원의 기념일을 기념하되 우리 지역의 기념일도 지역의 방식으로 기념하는 것이 분권시대의 기념방식이 아닐까.

3·18 영해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는 행사를 재연해 왔던 영덕에서는 3·18 만세운동이 일어난 영해시장을 영해만세시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3·18 만세운동은 1919년 3월 18일 영해장터에서 영해와 축산, 창수, 병곡 주민3천여 명이 독립만세를 외친 경북 최대의 독립운동이다.

대구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난 날을 기념하는 일은 역사적 사실을 지역성에 기반해 재확인하는, 지역민 체화의 과정이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내가 자주 가는 시장과 동네의 교회를 비롯해 알고 있는 절에서 만세운동을 준비하고, 목숨 건 행진을 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 과정은 자연스럽게 지역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다.

알다시피 대구는 지난 2017년부터 대구시민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민주간은 대구시민의 자긍심을 넘어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대구정신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을 대표적 2개 축으로 상정, 지역의 역사와 정신 계승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도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을 알아야 한다. 앎으로 내가 바뀌고 지역이 바뀔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대구에 사는 시민으로서 나의 정체성은 지역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며 이는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적인 실천활동으로 나타날 것이다.

대구정신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

1907년 2월21일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은 남녀노소,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나라 빚을 갚기 위해 힘을 모은 항일운동이자 기부운동이었다. 2·28민주운동 역시 3·15의거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출발점이다. 1960년 대구지역 고교생들이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부정부패에 맞서 자발적으로 일으킨 학생민주화운동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이 같은 가치를 인정받아 국채보상운동은 2017년 10월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고, 2·28민주운동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이제는 두 운동의 의미에 대한 논의 또한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는 작년 지방자치단체가 법정기념일 중 해당 지역에서 특별한 역사적 의의가 있는 날을 ‘지자체 공휴일’로 지정할 권한을 갖는 방안을 확정했다. 대구는 2·28민주운동기념일이 해당된다.

공휴일이 아니라도 좋다. 기미년 만세운동이 대구지역에서 일어난 날로 기념되기를 바란다. 이는 지역정신을 살리는 일상적 활동의 시작이자 지역학의 첫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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