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장대한 설산…밤엔 쏟아지는 별에 마음 빼앗겼다
낮엔 장대한 설산…밤엔 쏟아지는 별에 마음 빼앗겼다
  • 박윤수
  • 승인 2019.03.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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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2천875m 트리운드 트레킹
출발 지점서 5시간 가량 소요
갈루데비까지는 차 이용 가능
정상에서 텐트치고 1박 체험
인도 최대 휴양도시 마날리
올드 마날리-뉴 마날리 구분
휴양시설·관광지는 ‘올드’에
상점·코브라쇼 볼거리 가득
트리운드1
트리운드 정상의 넓은 초지. 군데 군데 트레커들이 설치한 텐트가 보인다.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인도 다람살라-마날리-라다크 <3> 트리운드-마날리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 한 뒤 캐리어에 짐을 꾸려 중앙광장 인근에 위치한 여행사로 갔다. 큰 짐은 여행사에 맡기고 간단한 산행 장비를 챙겨 택시를 불렀다. 중간지점인 갈루데비사원까지 일행 두명과 함께 보내고, 걷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걸어서 가기로 했다.

트리운드
트리운드 산행길.

다람콧(Dharamkot)마을 가는 길을 지나 티벳탄 명상센터에서 트리운드(Triund) 가는 길로 들어섰다. 울창한 숲과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니 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가 반갑게 맞이한다. 택시로 보낸 짐을 나누어지고 본격적인 트리운드 산행길을 오른다.

사원을 지나 트리운드로 올라가는 길은 나무 그늘이 없는 길이다. 제법 많은 외국인 트레커들과 함께 걷는다. 풍광이 좋은 곳에는 가설 천막으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간이매점들이 흐르는 물에 담가놓은 청량음료를 팔기도 한다. 한 시간쯤 오르니 다람살라가 한눈에 들어오며 저 멀리 첩첩한 산들이 보인다. 제법 깊은 산중이라고 느껴진다.

마지막 고비는 너덜길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큰 바위와 너덜들 사이를 헤치고 트리운드 산정에 올라서면 갑자기 짠하고 탁 트인 넓은 초지와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이 보인다. 초록색의 초원과 하얀 설산, 신비롭고 장엄한 풍광이다. 우리 모두 등에 진 배낭을 내려놓고 멍하니 쳐다본다.

트리운드. 해발 고도 2천875m의 트리운드는 맥간과 약 1천m의 표고 차가 난다. 다람콧마을을 지나 티벳 명상센터 앞에서 갈라지는 언덕길을 걸어 5시간 정도 걸린다. 갈루데비(Galu Devi)사원까지는 울창한 숲길과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갈 수 있으며, 택시를 이용 할 수 있다. 우리는 시내 여행사에서 텐트와 취사도구를 빌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은 차에 타고 올라가고, 걷기 좋아하는 이들은 걸어서 올라, 사원에서 만나 트리운드 정상까지 약 두 시간 정도 걸어 올라갔다. 제대로 된 등산배낭이 아니라서 텐트와 각종 부식을 가지고 올라가는데 고생을 좀 하였다. 차라리 여행사에 요청하여 노새로 짐을 옮기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좋은 듯하다.

해발 2천875m에 위치한 트리운드 정상은 넓은 초지가 형성되어 있어 우리 일행 외 20여 명의 트레커들이 텐트를 치고, 히말라야 해발4천320m의 눈 덮힌 인드라하라(Indrahara)산의 풍광을 즐기고 있었다. 맥간의 여행사들이 운영하는 대형 텐트도 있고, 음료도 팔고 있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짐을 정리하며 평평한 곳을 찾아 텐트를 치고 여행사에서 빌려온 석유 버너에 불을 붙여 시장에서 사 온 고기를 굽고, 라면도 끓여 황홀한 저녁을 즐겼다. 해가 지고 난 후 트리운드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다람살라의 불빛, 하늘의 별빛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천상의 밤이었다.

그렇게 밤은 지나고 산안개가 밀려오는 산정의 아침은 고요하게 또 찾아 왔다. 모두 기지개를 켜고 산정의 구석구석을 산책한 후 우리가 다녀간 흔적을 말끔히 정리한 후,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하산길에 오른다. 한결 가벼워진 짐으로 편안하게 산책하는 듯한 발걸음으로 다시 메인광장으로 돌아왔다. 이제 맥간에서의 마지막 숙소에 체크인 했다. 메인광장에서 50m 정도 떨어진 ‘호텔 티벳’이라는 숙소이다.

‘호텔 티벳’은 티벳 망명정부에서 운영하는 호텔로 메인광장에서 2,3분 거리에 있다. 우리는 일부러 이곳에 투숙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이곳을 이용하면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프런트에는 앳된 여직원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조금 낡기는 했지만, 우리가 음식을 해 먹도록 주방도 사용하게 해주고 마음이 따뜻한 곳이었다. 다만 길옆이라서 차량 소음이 잠을 설치게 하기도 했다.

호텔 내에 있는 여행사를 통해 다음 목적지인 마날리(Manali)로 갈 차편을 구했다. 처음에는 로컬버스로 가려고 했으나, 1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8인승 승합차를 예약했다. 우리 일행 7명에 운전사까지 8명이 꽉 차서 불편하지만, 로컬버스보다는 그래도 나을 것 같다.

각종 짐은 루프캐리어에 올려 싣고 아침 10시경 마날리로 출발했다. 승합차 기사는 도로상황이 여의치 못해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좁은 차 안에 성인 8명이 옹기종기 구겨 앉아서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간다. 이름 모를 도시도 지나가고, 가는 도중 기사에게 요청하여 식당에 들러 사 먹었다. 가는 길은 포장은 되어 있지만 길 자체가 절벽을 깎아 만들기도 해, 대형차들과 혼잡한 도로, 열악한 사정으로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늦은 시각에야 마날리에 도착했다.

승합차 기사에게 아는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하여 도착한 곳은 뉴마날리 버스정류장 인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소개해준 호텔에 가니 내가 생각하고 있던 금액보다 두 배나 되는 터무니 없는 방값을 요구한다. 처음 와 보는 낯선 곳에, 야간에 지리도 전혀 모르는 곳에서 7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무거운 가방을 가지고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호텔 프런트와 흥정을 해 그들이 부른 가격의 3분의2 가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호텔 인근 골목으로 가, 현지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 숙소로 귀환해 잠을 청한다. 미지의 땅, 마날리에서의 첫 밤은 그렇게 찾아 왔다.

인도 북서부 하마찰프라데시주에 위치한 인도 최대의 휴양도시인 마날리는 2009년 말 개봉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세얼간이’의 배경이 된 곳이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자국에서 세계 각국의 역대 흥행 영화 순위를 갈아치운 ‘아바타’를 뛰어넘는 기록을 세우며 역대 인도영화 흥행순위 1위에 올랐고 타임지 선정 ‘발리우드 베스트 5’에 선정됐다.

세 명의 천재 공학도들을 통해 꿈을 이야기하고, 진정한 교육과 배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신랄하면서도 유쾌하게 꼬집고 있는 영화 <세 얼간이>. 특히 부모가 정해준 속물근성의 부잣집 아들과 결혼하러 마날리로 간, ‘란초’를 사랑하는 여자친구 ‘피아’를 란초의 친구들이 신부 입장 순간에 납치해 라다크(Ladache) 레(Leh)로 란초를 찾아가는 길의 풍광은 영화의 스토리와 함께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면에 가득 채워준다. 히말라야의 속살을 보는 눈을 뗄 수 없다.

마날리시는 힌두의 ‘마누’ 신이 하늘에서 배를 타고 내려온 곳이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인도의 휴양지로, 델리에서 북쪽으로 500km 떨어진 해발고도 1천900~2천100m에 위치한다. 시는 크게 올드 마날리와 뉴 마날리로 구분되며 대부분의 휴양 시설과 관광객은 올드 마날리로 몰린다.

마날리의 호텔에서 일어나서 일단 올드 마날리에 있는 윤카페를 찾아갔다. 여행안내서에 소개되어있는 인도 현지인과 결혼한 후덕한 한국여자가 운영하는 윤카페는 이곳을 찾는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카페 주인의 도움으로 마날리가 한눈에 보이는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할 수 있었다. 객실에서는 취사가 안 되어 주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요청해 1층 주방에서 끼니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곳 마날리도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이라 숙소들이 조금씩은 여유가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혹시 캠핑 버너용 부탄가스를 구할 수 있을까 해서 공원을 가로질러 뉴 마날리의 시장으로 같이 나갔다. 시장의 광장에는 많은사람들이 바쁘게 다닌다. 제법 번화한 곳이었다. 200m는 되는 넓은 길에 4, 5층짜리 건물과 각종 상점이 늘어서 다람살라보다 도시 느낌이 물씬 났다. 슈퍼마켓이나 생활용품을 파는 곳을 찾아다녔지만, 가스를 구할 수가 없다. 이곳에도 역시 우리가 찾는 부탄가스는 없었다.
 

마날리10
마날리 거리에서 코브라쇼를 하는 사람.

다시 숙소가 있는 올드 마날리로 돌아왔다. 올드 마날리의 여행자거리에는 피리를 불어 코브라쇼를 하며 여행객들을 유혹하기도 하고, 개울을 건너는 짚라인도 있으며 여행자들을 위한 소품, 먹거리 등 좁은 골목골목에 다양한 매장들이 있다.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여행사가 보인다. 여행사에 들어가 라다크 레로 가는 교통편을 확인했으나 불행하게도 마날리~레를 오가는 차편은 도로가 열리지 않아 운행하지 않는다고 하며, 스리나가르~레로 가는 도로는 개통 되었다고 한다. 잠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가 결론은 저녁에 내리기로 하고 일단 올드 마날리의 골목길을 돌아 마날리 뷰포인트까지 고소 적응 겸 동네 뒷산을 산책하기로 했다.

마을 뒤 힌두사원을 올라가는 길, 아낙네 세 명이 둘러앉아 불을 때며 소줏고리에서 술을 내리는 것이 보였다. 넉살 좋게 다가가 손짓으로 맛을 보자고 했다. 우리네 안동소주 같은 맛이 나는 곡주를 중탕해서 내리는 중이었다. 전망대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1.8L 생수통에 한 병을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일행 모두 오랜만에 맛난 현지 술로 마날리의 밤을 즐겼다.

<박은수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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