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 비밀누설죄 : 오얏나무 밑으로 돌아가 매어버린 갓끈
공무상 비밀누설죄 : 오얏나무 밑으로 돌아가 매어버린 갓끈
  • 승인 2019.03.0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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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변호사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선거 댓글조작사건(두루킹 사건)의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유죄판결 및 법정구속을 선고한 A판사가 이제는 거꾸로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A판사가 영장전담판사로서 정운호 사건(정운호가 판사에게 뇌물을 준 사건)의 영장사건을 처리하면서 그 일부 내용인 영장청구서, 수사보고서, 법관 비리에 연루된 공여자와 금품전달자의 진술 내용, 일부 증거, 수사상황과 향후 계획을 복사하여 이를 법원 상부에 보고한 것이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는 혐의이다. A판사에 대하여 공무상비밀누설죄 기소 시기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구속판결을 선고한 후 이루어진 점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청와대 눈치를 보고 또는 경찰검찰 수사권 분배에서 여당의 지원을 받기 위하여 무리하게 기소하였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무원이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을 처벌하는 죄이다. 공무상비밀누설죄의 목적은 공무상의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비밀 누설에 의하여 국가의 기능이 위협 받는 것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적 기능이 위협받을 염려가 없다면 비밀이 누설되어도 처벌할 수 없다. 따라서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① 공무상의 비밀에 해당하여야 하고 ② 그 누설로 인하여 국가 기능이 침해될 염려가 있어야 한다.

사례를 살펴보면 검찰간부가 수사 진행상황, 수사책임자의 잠정적 판단을 수사대상자측에게 전달한 행위, 간통죄 사건에서 간통장면을 촬영한 CD 존재 여부를 피의자에게 알려주는 행위, 도시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결정사실은 비밀사항으로 정하지 않아도 실질적으로 비밀성을 지녔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외부에 알려주는 행위는 전부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피의사실, 피의자 및 피해자의 각 인적사항, 피의자의 신병처리 지휘내용 등에 관한 내용을 유출한 사건’에서 그 내용이 공개되는 경우 수사의 보안 또는 기밀을 침해하여 수사의 목적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어 수사기록을 복사하여 유출하는 행위가 무조건 공무상비밀누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또 경찰잠복근무에 이용된 차량의 소유관계를 유출한 사건에서 그 누설로 인하여 국가적 기능이 위협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A판사에 대하여 공무상비밀누설죄를 살펴보자. 복사내용이 단순한 피의사실이 아닌 수사상황과 향후 계획이 포함된 점을 볼 때 이는 명백한 공무상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 내용을 수사대상자 또는 그 관련자에게 알려준 것이고 아니고 법원 상급자에게 알려준 행위가 위법인지가 문제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무상 비밀’ 즉 ‘수사 기밀’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그 기밀의 유출로 인하여 국가 기능이 위협받은 것을 보호하는 죄이기 때문에 법원인사 및 행정을 담당하는 대법원장 등이 해당 사건의 법원 관련자들 정보를 반영하여 필요한 법원행정목적으로 사용할 의도라면 국가적 기능의 장애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검찰은 A판사의 공무상비밀누설 행위에 대하여 2018. 11. 수사를 마친 후 A판사 등 일부는 기소하지 않고 나머지 관련자들만 기소한 것으로 보아서는 당시에는 검찰도 A판사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점에서 ‘검찰이 당시에는 A판사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가 이제 와서 청와대, 정부 여당에 잘 보이기 위하여 기소하였다’는 의심은 법률전문가라면 누구라도 한번 정도는 추측해 볼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이 건을 미끼로 ‘김경수 도지사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지 않으면 A판사 당신은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기소될 수 있다’라고 김경수 도지사 및 정부여당이 A판사를 협박하였고, 그 협박을 이겨내고 A판사가 유죄판결에서 더 나아가서 법정구속까지 시킨 것이 아닐까라는 허무맹랑한 스토리가 튀어 나올 수도 있겠다.

검찰은 2018. 11.에 A판사를 재판에 넘겼으면 되는데 왜 이제 와서 뒤늦게 재판에 넘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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