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야, 알을 품어라 - 새도 계산할 줄 안다
새야, 알을 품어라 - 새도 계산할 줄 안다
  • 승인 2019.03.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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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결국 추운 겨울은 물러가고 따스한 봄이 왔습니다. 양지쪽이 아니더라도 벌써 파랗게 새싹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향긋한 풀꽃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습니다.

‘봄’이라는 이름은 ‘볼 것이 많다.’하여 지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 무렵이면 모두가 무엇을 보기 위해 분주해지기 때문입니다. 풀은 웅크려 있다가 기지개를 켜며 바깥을 내다보고, 벌들은 꽃을 찾아보려 날아 나옵니다. 사람들도 묵밭에서 냉이를 캔다, 산나물을 뜯는다 하여 분주히 살펴보게 됩니다.

이맘 때 쯤 새들도 나뭇가지에 앉아 무엇인가를 골똘히 살펴봅니다. 그런데 새들은 먼저 냄새로 봄을 살펴보는 것 같습니다. 새들은 대개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앉습니다. 그리고는 바람 속에 들어있는 여러 냄새와 향기를 깊이 가늠합니다. ‘어디쯤 꽃이 피었을까? 어디쯤 얼음이 다 녹아서 맛있는 물이 흘러갈까?’ 마침내 새들은 언제쯤 알을 품으면 새끼가 깨어났을 때에 물어다 줄 먹이가 많을지도 짐작하게 됩니다.

새봄을 맞이하여 새에 대한 이야기 책 세 권을 읽었습니다.

첫 번째 책은 서양의 작가 Eileen Christelow의 그림책 ‘Robbins, How They Growup’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새들이 자신의 알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모두 동원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둘레의 색깔과 비슷한 색깔의 알을 낳고, 털빛도 둘레의 색깔과 비슷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둥지를 적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새끼의 똥을 어미가 받아먹어버리거나 멀리 물고 날아가서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또한 새끼들이 어느 정도 크면 부리 안에 먹이를 넣어주는 것 아니라 앞에 떨뜨려 주어 스스로 먹이를 구하는 훈련을 시킨다고 합니다. 이러한 새들의 생존 전략은 우리에게도 큰 교훈이 됩니다.

두 번째 책도 역시 서양의 작가 셀마 라게를뢰프가 쓴 ‘진홍가슴새 이야기’입니다. 태초에 하느님이 새를 한 쌍 만들어 ‘진홍가슴새’라고 이름 지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저 잿빛 가슴일 뿐이었습니다. 진홍가슴새는 가슴에 아름다운 진홍색을 가지기 위해 사랑도 하고, 싸움도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십자가에 매달려 숨을 거두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진홍가슴새는 끔찍하여 쉽게 다가갈 수 없었지만 기어이 그 사람의 머리에 붙어있던 피 묻은 가시를 뽑아줍니다. 그 순간 이 새는 아름다운 진홍빛 가슴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참된 사랑만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빛나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세 번째 책은 일본 작가 스즈키 마모루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천 개의 바람’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철새는 보다 살기 좋은 조건을 찾아 먼 여행을 하게 되는데 그만큼 위험한 일도 많이 당하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독한 농약 때문에 먹이가 줄어드는가 하면, 도시가 많이 생겨나 점점 그 터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작가는 이를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높은 유리벽 건물에 충돌하여 목숨을 잃거나, 공장 굴뚝의 독한 가스(gas)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새들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음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러한 새들의 상황은 곧 우리 인간의 상황이기도 하기에 그 안타까움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이제 봄을 맞이하여 새들은 더욱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집을 짓고. 알을 품으며 새끼를 키울 것입니다. 그러나 둘레의 환경은 점점 이들을 옥죄고 있습니다. 새들에게 다가오는 고통은 곧 사람에게도 다가오는 고통이기에 우리는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모두 한 덩어리로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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