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에 화장품까지…무궁무진 꽃차와 썸타는 ‘북성미인’ 대표 김사임
막걸리에 화장품까지…무궁무진 꽃차와 썸타는 ‘북성미인’ 대표 김사임
  • 황인옥
  • 승인 2019.03.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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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맛·색 일품 ‘꽃차’에 빠지다
꽃 재배부터 茶 제조까지 직접 관리
일부 꽃차인 협동조합서 조달 받아
커피만 블렌딩? ‘꽃차 블렌딩’ 시도
향 강한 꽃은 발효 통해 향↓풍미↑
북성미인-5
북성미인 대표 김사임 씨.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꽃차를 마시며 향기로운 인터뷰를 할까?, 막걸리를 거나하게 들이키며 취중 대화를 이어갈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북성미인’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꽃차와 막걸리의 썸 스캔들(?)이 일상으로 일어나는 장소다. 3년전 대구 북성로 향촌동 수제화골목 끝자락에 식품가공업소로 터전을 잡았다. 북성로 골목의 여느 상점처럼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계단식 선반을 설치하고 각양각색 말린 꽃차를 작은 유리병에 곱게 담아 진열하고 있다. 주인장은 김사임(52) 북성미인 대표. 그녀가 꽃같이 환한 미소로 방문객을 반기며 “유기농로 직접 제배한 꽃으로 차를 만들었다. 재배부터 꽃차 제조까지 전 과정을 직접 한다”며 정성으로 만든 꽃차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꽃차에 빠져 꽃차를 활용한 화장품과 막걸리까지 만들게 됐어요.”

시작은 잎차였다. 40대를 넘기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자 경북 청도에 주말농장을 마련하고 직접 건강한 차(茶)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초기에 주목한 차는 감잎차. 청도의 주산품인 감나무 농장을 구입해 감잎차 제다(製茶)를 시작했다. 청도가 대구와 지리적으로도 가깝다는 이점도 작용했지만 감잎차가 다른 잎차에 비해 비타민C가 월등하게 풍부하다는 점도 감잎차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기능성 차로서의 가능성을 감잎차에서 발견한 것. 초보농군에게 농사가 호락호락하지 않았을 터인데 의외로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감나무를 키우고 감잎차를 만드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어요. 또 다른 저를 발견한 기쁨이었다고 할까요?(웃음)” 서울에서 부유한 성장기를 보내고 대구에 정착해 곱게 살아온 김 대표에게 감나무 농장 운영은 의외의 적성을 발견하게 만든 고마운 인연이었다.

잎차에 대한 열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감잎이라는 단일 품종의 단조로움이 마음을 잡아두지 못했고, 녹차에 비해 두꺼운 감잎의 특성이 제다에 대한 흥미를 흩뜨렸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감꽃이었다. “감나무를 키우면서 감꽃이 그렇게 예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감꽃에 마음을 빼앗겼고, 감꽃차를 만들게 됐죠.”

세상에는 수많은 꽃들이 지고 핀다. 꽃의 종류가 많을수록 꽃차의 세계 역시 무한할 수 있다. 김 대표도 감꽃차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꽃차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감꽃차에서 금계국, 신이화, 천일홍, 맨드라미, 아까시까지 예닐곱 종류의 꽃을 유기농으로 키우고 있다. 건강한 꽃차를 만들겠다는 고집에 유기농이라는 까다로운 영농법도 채택했다. 건강하게 기른 꽃을 채취해 정성으로 만든 북성미인 꽃차의 맛은 어떠할까? 향, 맛, 색이 살아있는 삼미(三美)를 자랑한다. “어떤 마음으로 만드느냐, 꽃나무가 뿌리를 내린 토양이 어떠냐에 따라 차 맛이 달라지죠.”

차(茶)를 만드는 과정, 즉 제다는 구증구포(九蒸九曝)를 거친다. 아홉 번 덖거나 찌고, 아홉 번 말리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보통 꽃차는 찌지 않고 덖는다.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여린 꽃잎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 꽃을 뒤집어 어린아이 달래듯 얌전하게 덖는다. 그래야 아름다운 꽃의 형태를 살려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잎차보다 꽃차 제다가 훨씬 까다롭다. 북성미인 꽃차도 구증구포를 거치지만 여기에 한 가지 제조과정이 추가된다. 금계국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키는 것. “좀 진한 금계국 향에 거부감이 들어 향을 떨어트리면서 풍미를 더하는 방법을 찾다가 전통 발표를 접목했죠. 그랬더니 향과 맛이 훨씬 부드러워졌어요.”

꽃차도 블렌딩을 한다? 북성미인 꽃차는 블렌딩을 한다. 궁합이 잘 맞는 몇 종류의 꽃차를 섞어 북성미인 꽃차를 만든다. 문재인 대통령의 커피, 일명 ‘문 블렌딩’이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것처럼, 꽃차의 풍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꽃차도 블렌딩이 답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꽃차를 커피처럼 일상으로 마시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꽃차의 2% 부족함을 채우는 방법으로 블렌딩을 떠올리게 됐어요.”

김 대표가 재배하는 꽃은 예닐곱 종류, 북성미인 꽃차의 재료로 활용되는 꽃 종류는 30여종이 넘는다. 혼자 30여종의 꽃을 다 재배할 수는 없다. 그녀가 찾은 해결책은 꽃차인들끼리 뭉치는 방법. 3년 전부터 안동, 구미, 경산, 청도, 팔공산 등 각 지역의 토양에 맞는 꽃을 건강하게 키우는 사람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서로에게 필요한 꽃을 조달해주고 있다. “꽃의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건강하게 키운 꽃을 보급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죠.”

꽃 재배 초기에는 청도 농장에 꽃차 재배와 판매, 체험과 교육이 가능한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지인의 권유로 결국 3년전에 북성로에 화장품과 막걸리 재료를 만들고 판매하는 숍을, 지난해 12월에 목공예가 차정보가 직접 지은 북성로 카페 ‘골목’을 빌려 체험과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현재 카페 ‘골목’은 ‘북성미담’이라는 이름으로 공유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꽃차, 가죽공예, 천연염색, 생활자수, 패브릭 소품 등에 종사하는 회원들의 공동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짐작하듯 김 대표의 북성로 성장기에는 사람들이 함께 했다. 그녀를 북성로에 정착시킨 것도, 체험과 교육장인 ‘북성미인’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화장품과 막걸리 반제품으로 독립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북성로 사람들의 배려와 도움이 있었다. 가장 먼저 북성로에서 의기투합한 사람들은 ‘북성로 뽀로로파’였다. 김 대표가 북성로에 자리를 잡으면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다 자연스럽게 이름을 가진 형태의 모임이 시작됐다. ‘북성미담’은 ‘북성로 뽀로로파’를 전신으로 했다. 마을기업 형태로 운영된 ‘북성로 뽀로로파’가 공유 오피스 개념인 ‘북성미담’으로 진화한 것.

북성미인
북성미인에서 만든 북성로 이음주.
전영호기자

 

 

경로당서 힌트 얻은 ‘북성로 이음주’
혼합발효제·팽화미·보리·꽃차 배합
관광객에 어필 쉽게 반가공 형태 제조
베이스가 茶인 막걸리, 향과 풍미 우수
대구한의대 산학협력…내달 출시 예정

김 대표가 막걸리 반제품인 ‘북성로 이음주’를 만들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북성로 이음주’는 토착주민과 유입주민과의 합작이자, 노령층과 젊은층 협업의 결실이었다. 북성로에 위치한 경로당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마시기 위한 막걸리를 만들면서 지역 할머니들에게 북성로 막걸리에 대한 역사를 듣게 됐고, 북성로가 막걸리가 잘 빚어지는 지리적 특성를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북성로 이음주’를 구상하게 됐다. “일제강점기 시기에 북성로에 술집이 많았고, 여기서 막걸리를 많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할머니들께 들었어요.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저희가 여기서 막걸리를 만들었을 때 술이 잘 빚어져서 놀랐어요.”

‘북성미인’의 ‘북성로이음주’는 술을 만들 수 있는 반가공 형태의 재료다. 팽화미와 보리를 첨가한 재료, 누룩을 섞어 발효한 혼합발효제, 그리고 꽃차로 구성된다. 이 재료들을 적절히 배합하면 술이 완성된다. 혼합발효제, 팽화미와 보리에 찻물을 넣고 3일간 하루에 한 번씩 흔들어주면 막걸리가 된다. 완제품이 아닌 반가공 형태로 만든 이유는 있다. 북성로를 대표하는 상품이 없다는 것에 착안, 북성로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상품 만들기를 시도하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쉽게 한국의 막걸리를 사갈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반가공 형태의 막걸리를 고안해 냈다.

보통 재료 형태로 판매하는 키트(kit)로 만든 술은 맛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북성로이음주’는 상식을 깬다. 차의 풍미와 향이 베이스로 깔려 풍미가 좋다. ‘북성로이음주’는 북성로의 이육사문학관으로 자리를 옮겨 새롭게 시작하는 ‘북성미인’에서 4월 출시할 예정이다. “대구한의대 산학협력으로 북성로이음주를 개발하게 됐어요. 대구한의대는 기술을 전수하고 북성미인은 대구한의대 학생들에게 실습장소와 정보를 제공하는 윈윈 관계로 산학협력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꽃으로 차를 만들고 향수와 막걸리도 만들었다. 김 대표에게 꽃은 에너지원이다. 꽃이 그녀를 웃게 하고, 일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오늘의 꽃과 내일의 꽃은 다 달라요. 제각가의 아름다움과 향기가 있죠. 자연에서 어떻게 이처럼 예쁜 색과 은은한 향이 나는지 감탄이 절로 나와요. 꽃은 시들어서도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며 재탄생하니 어떻게 사랑하고 곁에 두지 않을 수 있겠어요?” 010-5029-639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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